2025년 08월 07일(목)

K리그1 데뷔 경기서 '해트트릭' 후 퇴장당하는 진기록 세운 말컹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전반에 한 골, 후반에 두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달성하겠다"


공언한 그대로였다. K리그1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용병이 자신의 약속을 100% 지켜냈다.


지난 4일 말컹(마르쿠스 비니시우스 아마라우 아우베스)은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말컹의 '원맨쇼'를 앞세운 승격 팀 경남은 껄끄러운 상대인 상주를 맞아 깔끔한 승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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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말컹은 전반 11분 만에 1부 리그 데뷔골을 기록했다. 코너킥 후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경남과 말컹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내내 빠른 템포를 유지하며 상주 선수들을 흔들었다.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윤영선과 임채민은 말컹을 막아내기 위해 진땀을 빼야했다.


후반 초반 말컹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그는 반대쪽 구석을 노린 감아 차기로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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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팬들 사이에서 '국대급'으로 언급되는 골키퍼 유상훈이 몸을 날려봤지만 볼은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을 찔렀다.


후반 16분 터트린 골은 말컹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그는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땅볼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완벽한 경기를 펼치던 말컹은 후반 33분경 임채민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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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당하는 그에게 경남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개막전서 해트트릭을 한 선수가 퇴장을 당한 것은 K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단점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날 말컹의 활약이 너무 뛰어났다는 평이다. 데뷔전부터 세트피스와 역습, 지공 등 모든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기 때문.


말컹은 1994년생으로 아직 만 23세인 선수다.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법하지만 그는 지난해 K리그2(챌린지)에서 가장 뜨거운 공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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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골로 2부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경남의 다이렉트 승격을 이끈 것.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축구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농구 선수였던 말컹은 17세 때 우연히 본 입단 테스트에 통과해 6개월 만에 브라질 구단과 프로 계약을 맺었다.


첫 월급으로 540헤알(한화 약 18만원)을 받은 그는 이후 경남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만리타향 한국을 찾게 됐다.


그리고 경남 소속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 그는 데뷔 시즌부터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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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국 슈퍼리그의 한 클럽은 연봉 10억원을 제시하며 말컹의 마음을 흔들려 애썼다.


그러나 말컹은 "브라질에서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 경남이 손을 내밀어 줬다"면서 "그런데 (돈만 보고) 이적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경남 잔류를 선택했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알아본 경남과 팀에 대한 의리를 지킨 말컹.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이번 시즌 K리그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