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동 킥보드 시장을 개척했던 미국의 '버드(Bird)'가 최근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외신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따르면 버드는 최근 '포괄적 구조조정'에 따른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버드는 경영 및 자금난이 심화된 가운데 재정적인 보전과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버드는 이번 파산으로 미국 사업에 있는 자산 매각이 수반되지만 유럽과 캐나다 보유 자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더 좋은 위치의 회사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버드는 우버와 리프트의 전 임원이었던 트래비스 밴더잔덴이 지난 2017년에 설립했다.
이후 북미 최대의 마이크로모빌리티 운영업체로 성장하며 명성을 떨쳤다.
미국 내 공유 킥보드 시장에서는 '킥보드계 우버'라고 불리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지난 2019년에는 25억 달러(한화 약 3조 2617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도시가 봉쇄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버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모든 킥보드를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도해 왔다.
2021년에는 합병 방식으로 미 증시에 상장했지만 6개월 만에 90%에 가까운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9월 상장 폐지됐고 2개월 만에 파산 보호 신청까지 하게 됐다.
지난 9월 기준 버드의 누적 손실액만 16억 달러(한화 약 2조 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시장을 개척한 버드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공유 킥보드 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버드 이후로 우후죽순 탄생한 전 세계의 모방 기업들 역시 각종 규제와 안전 문제, 높은 자본 및 운영 비용 등으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잇따라 개인 상해 청구 소송을 제기해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버드의 파산 신청 서류에 따르면 버드는 100건이 넘는 소송에서 피고로 판명됐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올해 9월 프랑스 파리는 전기 스쿠터 대여를 금지했다.
한국 공유 킥보드 업체들 역시 발 빠르게 사업을 전환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헬멧 착용과 운전면허 등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업체들은 비교적 규제가 적은 전동 자전거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 공유 킥보드의 원조인 버드마저 파산한 가운데 국내 공유 킥보드 업계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