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복심들'의 진술 번복, 특검 수사 급물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며 특검 수사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과거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던 핵심 인사들이 입장을 바꿔 불리한 증언을 내놓으면서 3대 특검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특검 임명 한 달여 만에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결정적 증언을 확보하면서 관련자 소환 조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성훈 전 경호차장 / 뉴스1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의 '강경 충성파'로 알려진 김성훈 전 경호차장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참여하지 않은 특검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구체적 발언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라고 말하며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통화 내용도 특검이 파악했는데, 이는 김 전 차장의 진술 없이는 알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윤석열 정부 실세들의 잇따른 입장 선회, 특검 수사 탄력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경호하고 있다. / 뉴스1
김성훈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의 대표 인물로 꼽힙니다.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생일 축하행사까지 주도할 정도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사였습니다.
탄핵심판 당시에도 그는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며 경찰·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했지만, 탄핵 이후 특검 조사에서는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란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서 김 전 차장의 태도 변화를 강조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은 피의자 변호인들이 참여한 경찰 조사 초기에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다가, 피의자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후에야 범행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피의자가 김 전 차장에 대해 회유 또는 압박으로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입장을 바꾼 인물은 김 전 차장만이 아닙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실의 실세 참모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최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직접 목격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했습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그동안 VIP 격노설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전언 형태의 진술만 있었는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 전 차장이 직접 목격했다고 특검에 밝힌 것입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러한 김 전 차장의 진술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진술한 내용과는 정반대입니다.
당시 그는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는 약 2년 동안 이 사실을 함구해오다가 특검에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김 전 차장을 상대로 이른바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 내용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 뉴스1
특검은 당시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한때 자신의 복심이었던 인사들이 불리한 증언을 특검에 제공하기 시작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며 "국무위원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변호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각 특검팀은 최근 확보한 윤 전 대통령 복심들의 새로운 진술을 향후 수사의 동력으로 삼고, 추가 증언 가능성을 고려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