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범행 직후 연락한 곳은 119가 아닌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 아버지였다.
13일 서울 종로 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A씨는 아내를 숨지게 한 직후 119 구급대와 112 경찰 신고에 앞서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A씨는 아버지가 현장에 도착하고 10여 분 뒤에야 119에 전화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는 취지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께 서울 종로구 사직동 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현장에서는 한쪽은 플라스틱, 다른 한쪽은 쇠로 돼 있는 둔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용된 둔기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별거 중이었으며 평소 금전 및 성격 문제로 불화를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도 잠시 집에 들른 아내와 다툼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건 현장에서 긴급체포 됐으며 체포 당시부터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그는 변호사와 동행해 경찰서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차 부검한 결과 정확한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과 과다 출혈로 추정됐다.
그러나 A씨는 해당 사실과 관련해 "당시 흥분한 상태여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로 있었으나 범행 이후 로펌에서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A씨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됐다.
이날 성북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A씨는 취재진의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녀에게 할 말 있느냐", "범행 직후에 아버지는 왜 부른 거냐", "범행을 무마하려 한 것이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