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음주측정 거부에 따른 면허 취소는 현행법상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아파트 단지 내 주차공간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에 관해 경북경찰청을 상대로 낸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인이 접촉사고를 내자 그 차 운전석에 타고 아파트 내 경비초소 앞까지 약 30m가량 이동했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임의동행해 인근 파출소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운전한 사실이 없다"며 거부했고, 경북경찰청은 이듬해 음주 측정 거부를 이유로 A씨의 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경찰 처분이 부당하다는 본인 주장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아파트 안 도로를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볼 수 있느냐였다.
도로교통법 93조는 같은 법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 곳에서 운전한 상황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는데, 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거주민이 주차나 통행을 위해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이나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어야 도로로 인정된다.
1심은 A씨가 사고를 낸 연결통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정문과 후문에 차단기가 없는 이 아파트에서는 내부 주통행로와 동별 연결통로로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라는 취지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아파트 입구에 차단기가 없긴 하지만 '외부 차량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고 경비 초소가 여러 곳이라는 점 등을 들어 연결통로는 인근 동 주민과 방문객만 이용하는 곳이라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경찰권이 미치는 곳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특정인들 또는 특정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로 볼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며 A씨가 운전한 통행로는 도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해당 통행로를 도로로 볼 수 없다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도로교통법상의 도로 등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승소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