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31일(일)

경찰이 '극단적 선택'으로 종결시킨 사건, 탐정까지 고용해 진실 밝혀낸 유족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경찰이 극단적 선택으로 종결했던 변사 사건이 유족들의 이의 제기를 통해 1년 반만에 사고사로 번복됐단 사실이 확인됐다.


2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전시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인 친형 B씨는 동생과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자택을 방문했다가 A씨가 이불 위에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 집 베란다에서는 완전히 타버린 번개탄 두 장이 발견됐으며 검안 결과 A씨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경찰은 A씨가 평소 우울감을 털어놓은 적 있다는 주위 증언과 그에게 부채가 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에 의하면 A씨가 빚을 졌다지만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고, 사망 직전까지도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또 A씨가 사망 전날 밤엔 지인과 "교회에 더욱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유족들은 A씨가 자녀들만 두고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등졌을 리 없다고 확신하고 경찰 수사에 이의 제기를 결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민간 탐정사의 도움까지 구해 수사 결과를 뒤집을만한 정황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결정적 근거로 A씨 사망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서 발견된 번개탄 바로 옆에 놓인 뜯지 않은 고기 팩이 포착됐다.


유족 측은 A씨가 평상시에도 석쇠와 번개탄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점과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만큼 신변을 비관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하는 내용을 담아 경찰에 수사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국 경찰은 A씨가 세상을 떠난 후 1년 반이 지난 올해 7월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찰이 A씨가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유족들은 2억 9천여만원의 보험금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사건 재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과거에도 번개탄으로 고기를 구워 먹은 적이 있고 삶의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A씨 사건을 두고 경찰의 변사 경위 수사 결과가 이의 신청으로 바뀐 이례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변사 사건 수사는 범죄 혐의 유무를 중시하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번개탄까지 발견됐다면 대개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면서 "사망 경위를 구체적으로 알고자 했던 유족 측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