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된 보이스피싱 피해금 263억 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환급했다. 집까지 팔았던 50대 회사원도 피해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지난 2023년 3월 이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네 차례에 걸쳐 9500만 원을 송금했다.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피해금을 메우려 했지만 결국 살던 집을 처분하고 월세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찾는 것은 포기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 씨가 보낸 돈 중 2500만 원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거래소에 남아있다고 알렸다. 이 씨는 서울경찰청에 서류를 제출한 뒤 사흘 만에 환급 시점 기준 2200만 원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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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9일 2023년 9월부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동결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약 263억 원을 피해자 1137명에게 환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피해금이 유입돼 동결된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1050개를 추적했다. 거래소와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피해자를 확인하고, 동결 계정 명의자의 반환청구권 포기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경찰이 확인한 전체 피해금은 약 381억 원이었다. 이 중 거래소에 남아있던 약 263억 원이 피해자에게 환급됐다. 나머지 금액은 이미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자산거래소에 흘러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은행 계좌에 남은 피해금과 달리 환급이 쉽지 않았다.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피해금 유입 사실을 통지받아 계정을 동결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 정보를 전달받을 법적 근거가 없어 환급 대상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빗썸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피해금 유입 사실을 통지받은 계정은 약관에 따라 동결해 자산이 추가로 이동하지 않도록 보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자금 추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정보를 공유하면 필요한 확인 절차를 거쳐 환급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환급 연락을 받고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2023년 4월 저금리 대환대출 사기로 4000만 원을 잃은 미용사 박모 씨(46)는 "1년 넘게 지나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편과 직접 경찰청을 찾아 확인한 뒤 피해액의 절반인 약 2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2023년 6월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당한 20대 간호사 김모 씨는 약 2500만 원을 환급받았다.
김 씨는 대출까지 받아 피해금을 마련했던 상황이었다. 김 씨는 "피해 이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자책을 많이 했다"며 "환급받은 돈으로 대출을 거의 다 갚았다. 정말 이것만으로도 너무 살 만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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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액은 거래소에 남은 피해금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금이 다른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미 빠져나갔다면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자금 이동 전 동결됐다면 전액 환급도 가능하다.
경찰은 동결이 해제된 뒤 피해금을 임의로 처분한 가상자산거래소 계정 명의자 130명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이 처분한 피해금은 약 30억 4000만 원이다. 경찰은 이들의 보이스피싱 가담 여부와 별개로 피해금 임의 처분 부분을 조사 중이다.
10월 1일부터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돼 가상자산사업자도 피해환급 제도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거래소 내부 기준과 수사기관 협조를 통해 환급했지만, 앞으로는 법에 따른 피해구제 절차가 적용된다.
빗썸 측은 "개정법 시행에 맞춰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행 이후에는 법령과 관계 기관 협의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