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들이 다친 사고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이 군사적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뢰가 우리 장병을 겨냥해 고의로 설치된 것인지, 비에 쓸려 내려온 것인지에 따라 대응 수위와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진 위원장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대응의 수위나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지뢰로 우리 군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곧바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기보다 북한의 고의성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군의 대응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과는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진 위원장은 북한이 지뢰를 매설한 배경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거론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적대적 2개의 국가 노선을 채택하면서 MDL 부근을 국경선으로 두고 그 부근을 요새화하겠다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며 "그 작업의 일환으로 지뢰가 매설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고의적으로 우리 장병을 상해하기 위해 매설했느냐, 혹은 비 때문에 쓸려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이냐 하는 것은 그 고의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다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고를 일으킨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대응 수위를 결정해서는 안 되며, 지뢰가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오게 된 경위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진 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과 비교하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 / 뉴스1
그는 "2015년도 목함지뢰 사건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우리 군의 통문에 지뢰를 심었다"며 "거기에 다니는 우리 군 장병들을 상해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당시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군사작전을 펼쳤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것은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MDL을 넘어 우리 군을 상해하기 위해 일부러 지뢰를 심었는가 하는 문제는 좀 다른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 지뢰로 우리 장병이 다쳤더라도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우리 측에 지뢰를 설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2015년과 같은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진 위원장은 야권이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군의 보고 및 조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군이 보인 행태는 조사가 아니라 은폐와 암장에 가까웠다"며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진 위원장은 "국방부의 보고나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방부가 당초 29일로 잡았던 현장조사를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27일로 앞당겼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과도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진 위원장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전을 확보하면서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동의하고, 안전성 점검을 먼저 한 다음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들이 피해를 본 가운데 사고 원인과 군의 초기 대응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도 커지고 있다. 야권은 군의 늑장 조사와 은폐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 위원장은 북한의 고의성이 확인되기 전에는 군사적 대응과 국회 차원의 조사 모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