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9일(월)

"북한 목함지뢰 봤다" 폭발 현장 장병 증언에도... 사고 6일 만에 DMZ 현장조사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조사가 사고 발생 6일 만에 시작됐지만, 조사팀은 폭발 원점까지 도달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 합동 조사팀 40여 명은 지난 27일 오전 9시부터 파주 DMZ 지뢰 폭발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 21일 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팀은 지뢰 탐색과 기동로 확장 작업을 진행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폭발 원점이 아닌 근접 지역까지만 조사를 마쳤다. 합참은 "조사 지역은 DMZ 내 미확인 지뢰지대로 위험성이 높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오늘 작전을 종료하고 차후 재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1.jpg군과 유엔군사령부가 26일 서부전선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기동로를 확보하고 작전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합참


군 당국은 애초 29일 현장 조사를 계획했으나 '늑장 조사' 비판이 거세지자 이틀 앞당겨 27일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파주 일대에 비가 내려 현장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 취재 결과, 지난 21일 폭발 현장에 있던 장병들은 사고 직후 "북한 목함지뢰를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인원들이 북한 목함지뢰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수색로 개척 도중 유실된 북한 목함지뢰를 봤는지, 폭발한 파편 및 잔해를 목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대에 목함지뢰가 있었다는 취지다.


일선 부대에서도 조속히 현장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북한 목함지뢰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고, 유엔군사령부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사고 3일 후 조사단을 꾸리고, 6일 만에 현장에 인원이 투입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선 부대에서는 현장 훼손 전에 빠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왜 조사를 1주일도 더 지난 29일에 한다는 거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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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안전' 및 '피해 장병 트라우마'를 이유로 즉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합참은 사고 발생 3일 후인 24일에야 '합동 현장 조사 TF'를 구성했다. 합참 관계자는 "군은 장병의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유엔사와 철저한 합동 현장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목격담은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이번 작전 지역은 2015년 북한 목함 지뢰 도발 지역과는 전혀 다르다"며 "이번 상황 발생 지역은 군사분계선(MDL) 근접 지역으로 유엔사와 현장 확인을 위해 우리 작전 병력들이 지뢰 탐지기를 활용하여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다가 폭발 상황이 발생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밝혔다.


군의 현장 조사가 늦어지면서 진상 규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매체에 "조사 과정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현장 조사를 통해 지뢰 잔해 등을 수거해 분석한 뒤 이번 주 안에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군이 지난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지뢰 파편과 화약흔 등에 대한 1차 감정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발표가 가능하다는 것은 관련 증언 및 초기 조사 결과를 통해 '심증'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북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않는 것은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고 했다.


군 일각에서는 폭발 사고 원인이 북한 목함지뢰로 확인될 경우에도 우리 군이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당국이 고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현역 장성은 매체에 "북한의 MDL 일대 활동을 경고 사격 정도로는 막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조준 사격을 하거나 우리가 지뢰를 MDL 일대에 매설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 등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지만 군 당국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은 2024년부터 MDL 일대에 3중 철책을 설치하고, 지뢰지대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의 대응은 MDL 월선 시 경고 사격 및 사각지대에 대한 감시장비 추가 배치 정도가 전부였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를 중단해야 한다. 당연히 (북한에)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실효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목함 지뢰 도발 이후 군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했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확성기를 철거한 상황에서 비슷한 조치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