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서를 찾은 20대 여성이 수사관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은어와 부적절한 질문을 들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가해 남성으로부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사과 연락까지 받았으나 수사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실도 전해지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KBS 보도에 따르면 20대 여성 A 씨는 지난 7월 지인과 업무상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경기도 모 별장을 찾았다가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이틀 뒤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진술 조사에 임한 A 씨는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녹음 기록에 따르면 A 씨가 범행 과정에서 뺨을 수차례 맞았다고 진술하자, 수사관은 가해 행위의 피해 정도나 폭력 수위를 따져 묻기 전 "이건 왜 때린 거예요? (성적) 판타지 같은 거예요?"라고 물었다.
KBS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어졌다. 진술서에 언급되지 않은 특정 신체 부위의 접촉 여부를 캐물으며 수치심을 자극하는 비속어와 은어를 입에 올렸다. "XX 이런데 까지 다 (접촉) 한 거예요?"라는 표현까지 쓰며 조사를 이어갔다.
성범죄 전문 원의림 변호사는 해당 조사 방식에 대해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이거는 거의 지금 사담이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수사관은 피해자에게 "(A 씨가) 호응하는 발언을 한 건 없어요?", "너 되게 잘한다", "너도 XXX" 등 피해 정황을 의심하는 취지의 질문을 거듭 던졌다. A 씨는 "경찰분이 저를 피해자로 보지 않고, 그걸 기저에 두고 질문을 계속하신 점이 정말 2차 가해라고 생각돼 민원이라도 넣으려고 녹음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사건 직후 가해 남성으로부터 "원치 않는 접촉을 한 것은 명백한 범죄였다"는 사과 문자메시지를 확보했으나, 관할을 넘겨받아 사건을 처리한 용인동부경찰서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최종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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