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초대할 지인이 부족한 예비부부들이 서로의 하객이 되어주는 '하객 품앗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낯선 이들끼리 결혼식 참석을 맞바꾸는 색다른 풍속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10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서는 품앗이 상대를 찾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서울 왕십리에서 결혼합니다. 빈자리 채워주실 분 찾아요"와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수백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는 예식 날짜와 지역, 필요한 인원 수를 공유한 후 개별 연락으로 참석을 결정한다.
식사 제공 여부나 드레스코드 등 세부적인 규칙도 사전에 정한다. 소수의 예비부부끼리 짝을 지어 서로의 결혼식을 오가는 형태도 있고, 온라인에서 일회성으로 인원만 모집하는 방식도 있다. 번갈아 참석하며 자리를 채워주는 방식은 이들 사이에서 '맞품(맞품앗이)'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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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일반 하객처럼 행동한다. 식장을 방문해 축하 인사를 하고 단체 사진 촬영에도 함께한다. 친구나 직장 동료, 친척 등 구체적인 관계를 미리 설정하기도 한다.
하객 품앗이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족이 해외에 거주해 국내 연고가 적거나, 늦은 나이에 결혼해 지인을 초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10년 전보다 각각 1.3세, 1.6세 상승했다. 이직이나 이사로 인간관계가 흩어져 하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두 차례 품앗이에 참여한 김모(34) 씨는 연합뉴스에 "하객으로 부를 친구가 많지 않아 품앗이를 시작했다"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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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할 하객은 줄었지만, 예식장의 최소 보증 인원은 정해져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예식장의 '최소 보증 인원' 중간값은 200명으로 조사됐다. '최소 보증 인원'은 실제 하객 수와 관계없이 신랑신부가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인원이다.
1인당 식대 중간값은 전국 6만원, 서울 8만원이었으며, 대관료 중간값은 전국 350만원, 서울 63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참가격 집계에서는 서울 강남 외 지역과 광주에서 보증 인원이 100명대에서 200명대로 증가한 것이 결혼 서비스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품앗이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해결책으로 활용된다. 일당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하객 대행 알바'와 달리 상호 부조 성격이 있고,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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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등에는 하객 대행 모집 공고와 전문업체 상품이 올라와 있으며, 일당은 1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 수준으로 음식 제공 여부에 따라 다르다. 품앗이는 수고비나 축의금 없이 서로의 참석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대가가 없는 만큼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당일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모임은 참여자에게 소액 보증금을 사전에 받거나, 무단 불참자를 즉시 커뮤니티에서 퇴출시킨다.
커뮤니티에서 품앗이 상대를 구했다는 주모(33) 씨는 연합뉴스에 "단체 사진 찍을 때 신부 측 하객이 너무 적어 보일까 걱정됐다"며 "비슷한 처지의 예비 신부들끼리 모이다 보니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알바를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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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에 "결혼식을 준비할 때 하객을 초대하는 과정에서도 청첩장 모임이나 음식 대접 등 추가적인 비용이 뒤따른다"며 "하객 품앗이는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기보다 서로의 참석을 교환함으로써 이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젊은 세대의 관계 맺기에서는 관계의 목적과 서로 무엇을 주고받는지가 명확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하객 품앗이 역시 서로 필요한 도움을 비슷한 수준으로 주고받는 '등가성'이 담보된다는 점에서 달라진 관계 맺기의 한 형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