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의 제3 핵시설 위치를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한미 공조를 무너뜨린 '안보 자충수'라며 정 장관의 즉각 사퇴를 압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알려진 사실을 정쟁화한다며 '매국 집단'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맞받았다.
19일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무능과 경솔로 동맹 신뢰를 흔들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 정 장관을 즉각 사퇴시키는 것이 재발 방지의 출발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 장관이 국회 외통위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평안북도 구성시를 직접 언급한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이 항의성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영변과 구성,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 국회(임시회) 외교통일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26.4.15 / 뉴스1
최 수석대변인은 "미국이 동맹 간 민감 정보 노출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는 방침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정 장관은 대한민국 안보 리스크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여권 지도부도 화력을 보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정동영 리스크'는 임계점을 넘었다"며 경질을 촉구했고, 미국을 방문 중인 장동혁 대표 역시 "이 대통령이 질책 한 마디 없이 침묵만 지키는 것은 정동영의 망동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실제 미국 측은 지난달 중순 여러 채널을 통해 민감 정보 공개에 대해 항의하며 "책임 있는 재발 방지 조치 전까지 정보 공유를 제한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공세를 한미동맹 와해를 바라는 '침소봉대'로 규정했다. 부승찬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구성 핵시설은 국제 싱크탱크와 언론이 이미 공개적으로 다뤄온 내용"이라며 "미국 측도 관련 경위를 충분히 파악하고 납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매국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정 장관 측과 통일부는 논란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통일부는 "발언 배경에 대해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해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측의 항의나 정보 공유 제한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