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진 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GeForce)'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지포스는 엔비디아가 1999년 처음 선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브랜드로, 한국에는 2000년에 출시돼 게임 산업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황 CEO는 "어렸을 적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며 "지포스는 한국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한국은 모든 것을 수출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K뷰티, K스타일, 그리고 K지포스"라며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공동취재)
그는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APEC에 왔다"며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엔비디아는 작은 회사였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 많은 엔비디아 투자자가 있다"며 "고맙다(Thank you)"는 말을 다섯 번 연이어 외쳤습니다.
황 CEO는 "지포스가 없었다면, PC 게임도, PC방도, e스포츠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포스는 AI 혁명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황 CEO는 "치맥을 함께한 친구들"이라며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무대에 초대했습니다. 세 사람은 무대 위에서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나누며 웃음을 지었고, 황 CEO는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치킨이 있다"며 "소맥(소주+맥주)이 최고"라고 말해 또 한 번 현장을 달궜습니다.
황 CEO는 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의 인연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1996년 한국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메일이 아닌 손으로 쓴 우편이었다"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그 편지에는 '한국의 비전'이 담겨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가 공개한 편지에는 세 가지 당부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 사진제공=삼성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 사진제공=삼성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모든 가정을 광대역 인터넷으로 연결해 달라"
"한국에서 비디오 게임 산업을 발전시켜 달라"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 올림픽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
29년 전에 적혔던 이 내용은 이 선대회장이 얼마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뛰어났는지 알게 해줍니다.
황 CEO는 "믿기 어렵겠지만, 이 편지가 바로 내가 한국에 온 이유"라며 "한국은 처음부터 엔비디아의 중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이 엔비디아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무대에 올라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는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반도체 GDDR D램을 사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했다"며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 나의 우정도 그때부터였다"고 말했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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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엔비디아는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이지만, 젠슨이 제 친구라서 이 자리에 왔다"며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이노베이터이자,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수 쳐야죠"라며 청중의 반응을 유도해 현장을 웃음으로 물들였습니다.
정의선 회장도 유쾌한 농담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는 "생긴 건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두 분 다 제 형님들"이라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아이가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좋아해 함께 보곤 한다"며 "그 컴퓨터에도 엔비디아 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엔비디아 칩이 자동차와 로보틱스에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이라며 "차 안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꼭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지포스 25주년' 무대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AI와 반도체,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미래 기술 동맹'의 현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 거물의 우정과 협력은 한국 산업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상징적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