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1마리도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인데 무려 73마리가 떼로 발견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난 23일 전남 순천시가 22일 오후 3시경 순천만에 흑두루미 73마리가 떼를 지어 도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흑두루미가 올해도 월동을 위해 순천만을 찾은 것입니다.
22일 오후 순천만에 도착한 흑두루미가 휴식하고 있다 / 순천시
이번 흑두루미 떼의 도래는 지난해보다 하루 늦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흑두루미 9마리가 순천만 상공을 선회했으나, 다음날 일본 이즈미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흑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종'으로 분류되며, 전 세계 개체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7,600마리가 매년 순천만을 찾아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합니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해 2009년부터 62㏊ 규모의 '흑두루미 희망 농업단지'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까지 안풍들 일대 전봇대 49개를 철거하고 서식지 50㏊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11월 5일부터 7일까지는 순천만 생태문화교육원에서 '흑두루미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국내 첫 IUCN 가입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실천 사례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흑두루미 자료 사진 / 함양군 김용만 제공
흑두루미는 두루미과에 속하는 겨울철새로, 머리와 목이 검은색이고 몸통은 회백색을 띠어 흑두루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몸길이는 약 115cm이며 날개를 펼치면 2m에 달합니다.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과 시베리아, 중국 북부 등지에서 번식하며, 겨울이 되면 한국과 일본, 중국 남부로 이동해 월동합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순천만, 철원 평야, 창녕 우포늪 등지에서 무리를 이뤄 서식하며, 곡식 낟알, 풀씨, 곤충, 작은 무척추동물 등을 먹이로 합니다. 경계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 흑두루미지만 사람과의 신뢰를 쌓아 순천만에서는 20m 거리에서도 관찰이 가능합니다.
순천시는 12월에 흑두루미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행동 패턴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순천만 인근 복원 습지에서 관찰된 큰고니 / 순천시
순천만에는 흑두루미 외에도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희귀 철새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으며, 지난해 복원된 큰고니 서식지에서는 큰고니 1마리도 관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는 흑두루미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및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도 '취약' 등급으로 분류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요 위협 요인은 농경지 개발, 습지 파괴, 먹이 부족 등이며, 최근 순천만과 철원에서 보호구역 지정과 생태 복원 활동이 이뤄져 개체 수가 점차 회복하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