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2일(일)

故신해철, 오늘(27일) 11주기... "여전히 그리운 마왕"

2014년 10월 27일, 한국 록음악계의 거장 신해철이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그는 같은 해 10월 17일 복강경 수술을 받은 후 고열과 복통을 호소하다가 열흘 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신해철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으로 밝혀졌습니다. 소장과 심낭에 생긴 구멍으로 인한 복막염과 심낭염이 합병되어 패혈증으로 이어진 것이 사인이었습니다.


故 신해철 / shinhaechul.com故신해철 / shinhaechul.com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0월 17일 오후 4시 45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복부 통증을 느낀 신해철은 서울 송파구 소재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장협착증은 장이 서로 들러붙어 장 내부가 좁아지는 질병으로, 주로 위밴드 수술이나 개복 및 복강경 수술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 3일 후인 2014년 10월 20일, 신해철은 극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해당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집도한 강모 의사는 "일반적인 회복과정이다. 참아야 한다"며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한 후 퇴원시켰습니다. 이 시기 신해철은 이미 복막염을 지나 패혈증 상태였던 것으로 후에 밝혀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신해철은 10월 22일 복통을 호소하며 다시 해당 병원에 입원했고, 이때 심정지 상태로 쓰러졌습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10월 27일 오후 8시 19분경 "숨을 못 쉬겠어"라는 생전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국과수는 신해철의 소장과 심낭에 각각 1㎝, 3㎜의 구멍이 뚫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국과수는 "의인성 손상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해당 병원에서 진행한 장협착증 수술로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구멍이 수술 중에 생겼는지, 수술 후에 생겼는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심낭에서 발견된 구멍이었습니다. 심낭 천공은 강씨가 실시한 '위축소 수술' 부위 인근에서 확인되었는데, 위는 애당초 수술 범위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부위였습니다.


'신해철 집도의' 강모 전 스카이병원장 / 뉴스1'신해철 집도의' 강모 전 스카이병원장 / 뉴스1


강씨는 "수술 과정에서 직접적인 투관침으로 인한 손상이라든지, 직접 기구를 사용해 뚫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소장 천공은 수술 때 생긴 게 아니라 이후에 발생했다. 어떻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축소 수술에 대해서는 "위와 장이 유착된 상태라 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위벽이 약화해 위벽강화술을 실시한 것일 뿐이다. 이런 내용을 신 씨에게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강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신해철의 위와 소장은 유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신해철의 유족들이 '처음부터 위축소 수술에 동의한 적 없다'고 반발하자, 강씨는 신해철의 의료기록을 인터넷에 공개해 업무상 기밀 누설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뉴스1뉴스1


서울 송파경찰서는 2015년 3월 3일 강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수술 자체가 신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해도 가슴 통증이나 복막염에 대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의료 과실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는 2015년 8월 2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위반 혐의 등으로 강씨를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해 금고 10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습니다. 신해철의 의료기록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뉴스1뉴스1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혈관 확장제와 진통제만 투여했고 결국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하기에 앞서 동의도 받기 전에 피해자의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하는 의료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3부는 2018년 5월 11일 강씨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습니다. 또한 강씨가 신해철 유족에게 11억 9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습니다.


이로써 강씨의 의사면허는 박탈되었습니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으며, 1~3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교부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 동의 없이 분쟁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일명 '신해철법'이 시행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