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고작 8살 여자아이,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숨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슬픈' 이야기

11년 전, 여덟 살 서현이는 왜 아무도 불러주지 못했을까


2013년 10월 24일, 울산 울주군의 한 다세대주택.


그날 오후 1시 30분, 한 소녀가 욕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름은 이서현. 겨우 여덟 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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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서현이는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있었고,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계모 박모씨는 "거짓말을 해서 혼냈을 뿐"이라 했지만, 검찰은 "잔혹한 폭행이 수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서현이는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계모는 아이의 멍을 없애겠다며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워 몸을 담갔습니다. 그 물의 온도는 60도에 달했습니다.


숨이 멎은 아이를 방치한 채 친부와 계모는 경찰에 "갑자기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부검 결과는 모든 변명을 무너뜨렸습니다. 폐는 파열돼 있었고, 장기는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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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한 가정의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현이의 팔과 다리에는 오래된 상처가 수없이 남아 있었습니다. 학교 담임교사는 그 흔적을 보고도 "집안일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학원 강사 역시 아이가 자주 멍을 감췄다 증언했지만, 신고는 없었습니다.


당시 울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몇 차례 개입을 시도했지만, 계모가 문을 닫고 거부했습니다. 친부는 "가정사에 왜 끼어드느냐"며 기관 직원들을 밀어냈습니다. 결국 행정의 개입은 중단됐고, 아이는 다시 폭력의 공간으로 돌아갔습니다.


서현이는 한동안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석이 이어졌지만, 아무도 집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사회, 제도, 그리고 이웃. 모두가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외면한 것입니다. 서현이는 그렇게, 원하지 않던 곳으로 결국 떠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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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대법원은 계모 박모씨에게 징역 18년을 확정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심 선고일, 울산지법 201호 법정에는 이례적으로 참관객이 몰렸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낭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고인은 어린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했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피해 아동은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그 보호의무를 져버린 사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날 법정에는 숨죽인 울음소리가 퍼졌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시민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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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4년 '서현이법'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식 명칭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이 법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법정형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처벌 수준을 높였고, 학대가 강력하게 의심될 때는 '부모의 동의' 없이도 수사기관과 보호기관이 즉시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바꿨습니다.


또한 교사와 의료인뿐 아니라 학원강사, 아동센터 종사자, 경비원 등으로 '신고의무자'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학대 가정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과 재학대 방지 프로그램을 의무화해, 지자체별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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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이 만들어진 뒤에도 아이들은 계속 세상을 떠났습니다. 창녕의 아홉 살 소녀, 정인이, 천안의 여섯 살 아이, 광주의 형제들. 이름은 달랐지만, 구조의 실패는 같았습니다. 아동보호체계가 존재했으나 작동하지 않았고, 신고는 있었으나 무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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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의 사건은 '가정폭력은 사적 영역'이라는 오래된 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이제 아동학대는 범죄이자 사회의 책무로 규정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동이 신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서현이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되는 날입니다. 1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은 위태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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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신고의무자 교육은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학대 정황이 포착돼도 수사기관의 판단이 늦으면 아이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갑니다.


서현이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누가 나를 구해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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