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히어라가 학교폭력 논란을 겪은 후 영화 '구원자'를 통해 관객들과 재회하게 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구원자' 인터뷰에서 김히어라는 복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신준 감독이 연출한 '구원자'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과 선희(송지효) 부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만, 이것이 누군가의 불행과 맞바뀐 것임을 깨닫게 되는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입니다.
김히어라는 작품에서 아들 민재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춘서 역할을 맡았습니다. 춘서는 갑작스럽게 아들이 걷지 못하게 되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불행이 영범 가족의 기적과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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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어라는 2023년 9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주목받던 중 학창 시절 일진설이 제기되었고, 지난해 4월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과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복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김히어라는 "너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많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그래도 영화라는 작업은 사전 작업을 모두 거치고 1년 후에 결과물이 나온다. 그 사이에 뮤지컬을 하면서 관객을 직접 만나본 건 일종의 사전 연습 같았다"며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생각보다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던 것 같았고 다행히 선배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지지를 해줘서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히어라는 학교폭력 논란 이후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춘서와 다른 면이 있다면 저는 약간 지켜보는 사람인 것 같았다"며 "춘서는 그걸 지키려고 뺏기지 않으려고 싸우는 캐릭터지만 저는 제 상황을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있고 춘서도 원해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게 아닌 것처럼 나에게 벌어진 일 역시 그런 일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김히어라는 이어 "그다음부터 내가 해내야 하는 건 뭘까, 어떤 걸 공부해야 하지 생각했고 어떤 일이 있어도 배우로서 선택받고 계속 연기할 수 있으려면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로 보여주는 것뿐이니까, 한 명 한 명 붙잡고 해명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고백했습니다.
김히어라는 공백기 동안 미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미국에 가게 됐다. 그때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을 들고 미국으로 갔었다"며 "그 시간을 침대에서 가만히 있거나 기다리기만 하긴 어려웠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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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어라는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말을 못 해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영어로 미팅도 했다. 덕분에 단단해졌고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며 "예전엔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주변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김히어라는 춘서 캐릭터에 대해 "아들만 생각하고 본인을 다 내려놓는 것 말고 춘서가 조금만 본인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춘서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영화에서 춘서를 연기하며 선희나 영범을 만나는 순간에도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사 하나하나가 전부 너무 와닿았고 그래서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고 돌이켰습니다.
김히어라는 '구원자'의 메시지에 대해 "단순히 오컬트 장르나 기적을 원하는 사람들의 공포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춘서 역시 아들 민재가 다리를 잃기 전부터 교회를 다녔다. 결국은 더 나은 삶을 원했던 것인데 민재가 다리를 잃고 나서는 '다리만 찾게 해달라'고 하고, 눈을 잃고 나서는 '살게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히어라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건강과 삶, 현재의 감사함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는데 관객분들께도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그것이 기적 아닐까'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바라기 마련이지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고, 누군가 한 명에게 지지를 받는 것도 기적"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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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어라는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서게 된 소감도 밝혔습니다. 그는 "사실 라운드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기자분들이 나한테 오실까? 안 오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너무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 나에게 기대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긴장도 됐지만 감사함이 훨씬 더 컸다"고 말했습니다.
김히어라는 "주변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래서 기자분들 포함해서 모든 분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힘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살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기자 분들도 만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고 '이제 열심히 해야겠다' '나도 인터뷰도 하고 홍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기뻐했습니다.
김히어라는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그냥 배우로서 '아, 참 귀한 배우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며 "꼭 장황한 의미의 '귀하다'는 아니더라도 그냥 배우로서만 봤을 때 '아 저 배우 참 좋은 배우인데' '참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영화 '구원자'는 11월 5일 개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