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이 장거리 운행 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에 대한 과신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지난 22일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구간 상남7터널에서 발생한 연쇄 사고는 주행보조 장치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 미끄러져 터널 벽에 충돌하는 1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소방차들이 현장에 도착해 사고 수습 작업을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2차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MBC뉴스
전기차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사고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소방차를 그대로 들이받은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충돌에 사고를 수습하던 구급대원들이 놀라 뛰쳐나오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26살 전기차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30대 구급대원도 타박상을 당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살펴보면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9 구급차량의 타이어 곳곳에는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고, 뒷 범퍼는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습니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주행보조 기능을 켜놓고 운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전기차에는 앞 차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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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남 인제소방서 구조구급팀장은 "2차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소방차가 크고 경광등도 있어 시인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단발성 사건이 아닙니다.
지난 6월에도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킨 외제차가 정차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목격자 함원식 씨는 "승용차는 충격이 세서 엔진이 완전히 통째로 떨어져 나와 있었고, 아우디 차량도 거의 폐차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통계 자료는 이러한 사고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5년 8개월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크루즈 컨트롤 관련 사고는 총 28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21명에 이릅니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경찰은 운전자들에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과신하지 말고 반드시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