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캄보디아서 발행되는 '긴급여권'... 매년 2배씩 '급증'했었다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발행하는 긴급여권이 2023년부터 매년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하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여권 분실이나 강탈 등 비상상황에서 발급되는 긴급여권의 급증은 현지에서 위험에 처한 한국인이 크게 늘었음을 시사하는데,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신문은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의 긴급여권 발행 건수가 2022년 31건에서 2023년 88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1뉴스1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90건으로 2023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올해 9월까지도 152건이 발행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됐습니다.


재외공관에서 발행되는 긴급여권은 국내 공항에서의 부주의한 발급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해외에서는 주로 강도 피해나 분실 등 위험한 상황에서 발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범죄조직 감금 피해자들은 "범죄 조직이 여권부터 빼앗는다"고 일관되게 증언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221건이나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캄보디아의 상황은 이례적입니다. 필리핀의 경우 긴급여권 발행이 2023년 443건에서 지난해 384건으로 감소했고, 태국도 324건에서 318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시아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사관에서는 긴급여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현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매년 2배 넘게 가파르게 늘어나는데도 원인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캄보디아의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에 대한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미 국무부는 2022년부터 캄보디아를 인신매매 위험도가 가장 높은 3등급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3년 캄보디아에서 인신매매 이후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자국민 1100명을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경고와 긴급여권 급증이라는 명백한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외교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습니다. 외교부는 '취업 사기 등 범죄 피해가 급증한다'며 2023년 미얀마 일부 지역, 2024년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하지만 캄보디아에 대해서는 태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여행경보 1단계를 유지했습니다.


최형승 법무법인 새로 변호사는 "외교부와 재외 공관이 단순 영사 조력을 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현지의 위험도 관련 정보 수집 등으로 대응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상욱 의원은 "대사관과 외교부가 이같은 이상 징후를 충분히 인지하고도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히 안이한 대응"이라며 "외교부는 현지 공관의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우리 국민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