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출근하며 휴대폰 반납·방음시설까지... 한국인 57명 체포된 캄보디아 '범죄단지' 현장 보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2일 동남아 4개국 국정감사를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해 한국인 57명이 체포된 범죄단지 현장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난 7월 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경찰이 법원 영장을 통해 단속한 이 현장에서는 로맨스 스캠 범죄의 체계적인 운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의원들이 방문한 곳은 프놈펜 중심가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뽀센제이구의 한 주택가였습니다.


이 범죄단지에는 한국인 57명을 포함해 총 140여 명이 거주하며 연인 관계로 유대감을 형성해 금전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온라인스캠 범죄로 단속된 건물의 모습. 2025.10.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온라인스캠 범죄로 단된 건물의 모습 / 뉴스1


현장은 여느 범죄단지와 마찬가지로 성인 키보다 높은 외벽으로 완전히 차단돼 있었습니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2층 침대 3~4개가 설치된 기숙사와 실제 범행이 이뤄진 콜센터 형태의 사무동이 별도로 분리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철저한 통제 시스템이었습니다. 사무실 입구에는 출근 시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주머니 40여 개가 벽면에 부착돼 있어,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이 완전히 제한됐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범죄조직이 구성원들의 외부 연락을 차단해 통제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현장 곳곳에서는 온라인 스캠 범죄의 흔적들이 발견됐습니다.


PC방처럼 조성된 사무실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랜선들이 검은 봉투에 무더기로 담겨 있었고, 범죄조직 수뇌부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방에서는 내부 약도와 금고가 발견됐습니다.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온라인스캠 범죄로 단속된 건물 내부에 인터넷 랜선이 남겨져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캄보디아 프놈펜 외곽 온라인스캠 범죄로 단된 건물의 모습 / 뉴스1


약도에는 사무실과 기숙사의 위치가 상세히 표시돼 있었으며, 각 구역의 관리 책임자까지 명시돼 있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 운영 실태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일부 철거된 상태였지만 외부로 범행 소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설치한 방음벽의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현장점검을 마친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잘못된 생각으로 유인당해서 이렇게 범죄 행위에 가담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문제는 자의가 아닌 강제로 범죄 조직에 감금당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저항하거나 이탈하려고 할 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정부는 한시바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실제 범행에 사용된 컴퓨터와 중요 증거들은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로 이송돼 수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회 외통위 아주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베트남대사관, 태국대사관, 라오스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며, 최근 발생한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와 관련해 대사관의 미온적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