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솜뭉치 같은 털과 땡글땡글한 눈동자로 약 10년 전부터 수많은 랜선 이모·삼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SNS 스타 강아지 '달리'가 1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오른쪽 앞발에 절단 수술을 받은 후 버려진 터라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던 달리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웃는 강아지'로 불리며 '원조 견플루언서'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난 21일 달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약 1년 반 만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달리의 견주는 "2024년 10월 22일 오전 9시 달리가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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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는 "그날은 달리의 정기검진일이었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병원 갈 준비를 하다가 엄마 품에서 기절하더니 그대로 깨어나지 못했다"며 "그리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죽음은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지만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이라 다른 세계의 행정 오류가 아닌지, 그래서 바로 고쳐지면 살아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면 살아돌아오지 못할까봐 지인들의 연락도 피하며 살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내가 깨어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악몽이기를, 이 악몽에서 깨어나면 달리가 아침밥 달라고 기다리고 있기를 매일 기도했는데,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Instagram 'run_darly'
견주는 "엄마와는 서로 상대방이 더 걱정스러워서 같이 있을 땐 힘든 티도 못 내고 각자 멀쩡한 척을 하며 살았다"며 "그러다 엄마가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울다가 쓰러지셨단 연락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 이후로 달리가 없어도 엄마와 일상을 되찾으려고 많이 노력하며 살았다"며 "달리 있을 때 같이 못 갔던 찜질방도 가고, 국립공원으로 등산도 다니고, 달리 브런치 먹으러 대만도 다녀왔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즐겁고 바쁘게 지내며 달리 없으니 너무 편하다고 대화를 나누었지만, 사실은 여전히 어딜 가도 달리가 쉬기 좋은 잔디밭부터 보이고, 포토존에 가면 달리 인형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습니다.
Instagram 'run_darly'
그는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여전히 공허해서 이제 내 인생에서 완전한 행복은 영원히 잃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밤에 화장실 갈 때 더 이상 어둠 속의 달리를 밟을까봐 조심하거나 책상 의자 끌 때 조심하지 않게 된 것을 보면 이렇게 부재에 익숙해지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견주는 "너무 늦게 소식을 전해서 죄송하다"며 "더 늦어지지 않게 전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웠고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달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쉽게 꺼내지 못했다"며 "슬픔보다는 달리 때문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주신다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Instagram 'run_darly'
이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달리의 팬들은 "달리 덕분에 10년이 행복했다", "늘 웃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 "하늘에서 다시 만나길" 등 위로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한편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견주가 겪는 깊은 상실감과 우울을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뒤 느끼는 '사별(死別) 우울증'과 유사한 심리적 증상으로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흔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Instagram 'run_darly'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극심한 슬픔, 무기력, 불면, 죄책감, 현실 부정,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이 오랜 시간 함께해온 '정서적 의존 대상'일수록 증상이 깊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펫로스 증후군을 단순한 슬픔으로 넘기기보다 '상실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기록하거나 사진을 정리하고 같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