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 10살 난민 아동이 인천공항에 넉 달째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말리 출신 10살 난민 아동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넉 달째 사실상 구금 상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아동은 아버지와 함께 지난 6월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 정식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한 상황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 뉴스1
현재 말리는 군사독재 정권이 장악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말리 군정은 지난 5월 모든 정당과 정치단체를 강제 해산하고, 시민의 정치활동을 무기한 금지했습니다. 수도 바마코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이 반정권 시위를 벌이는 등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공익법단체 두루
이러한 상황을 피해 한국으로 온 말리 국적 부자는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공항을 나가지도,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해 사실상 공항에 구금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10살 아동은 넉 달째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기실에는 창문과 환기시설도 없었습니다.
이 아동은 두통과 복통을 자주 호소하지만 공항 내 소규모 진료소에서 단순 진료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병원 진료비는 외부 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며, 세면도구와 의류 등 기본 생필품도 비정부기구(NGO)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아동 외에도 카자흐스탄 출신 7세, 15세 아동 두 명이 인천공항에 3개월째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가족의 법률대리인은 "아동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인권위 권고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가족 측은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추가 진정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를 명백한 인권 침해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난민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 중인 아동은 난민 신청을 명백히 남용한 것이 아닌 한 입국을 허용하고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2023년에도 "출국대기실은 장기 체류에 적합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며 공항 밖 별도 시설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