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캄보디아 송환자들의 상당수가 20·30대 남성으로 확인되면서 이들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송환자들의 팔에서 커다란 이레즈미 문신이 발견되면서 범죄 조직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1일 뉴스1에 따르면, 이들은 로맨스 스캠과 리딩방 사기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에게는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MZ 조폭'으로 불리던 20·30대 중심의 폭력조직들이 국내 강력 단속을 피해 캄보디아 등 해외로 활동 거점을 이전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은 중국인 총책 아래 한국인 중간책이 있는 형태"라며 "조폭과 같은 위계질서에 기반한 통솔이나 충성 맹세 등 행위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성파 조직원들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범죄 제보 채널을 운영하는 '천마'는 지난 19일 한 남성이 스스로 손가락 절단을 시도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채널에 게시했습니다.
해당 제보자는 "(영상 속 당사자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공포에 떨면서 손가락을 자르라는 말에 자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검거된 'MZ 조폭'의 수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경찰이 지난 7월 검거했다고 밝힌 폭력 조직 '진성파'의 강령에는 '이탈자는 손가락을 자른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조직은 코인을 통한 자금세탁과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 유심을 공급하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1
실제 국내 조폭과 캄보디아 범죄 조직 간의 직접적인 공모 관계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14일 울산경찰청은 전남 지역 폭력조직 '백학파' 일당 38명을 입건하고 24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캄보디아 전역에 퍼진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웅혁 교수는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한 이들이 리딩방 운영이나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범죄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위 'MZ 조폭'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혐의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들이 만약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면 조폭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2023년 향정신성 약물로 수면마취를 한 뒤 운전하다 여성을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남'을 비롯한 범죄 피의자들이 국내 조직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단속의 결과로 경찰은 작년에만 조직폭력 범죄 혐의자 3161명을 구속했으며, 이는 2020년(2817명)에서 12.3%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검거된 이들 중 10~30대의 비중이 무려 70.9%를 차지해 소위 'MZ세대' 조폭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송환된 피의자들 또한 대부분 20·30대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패턴과 일치합니다.
뉴스1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마약사범·지명수배자 등 '블랙리스트 승객'이 지난 5년간 6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사람 중 관세청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인원은 2020년 334명에서 2024년 1993명으로 약 6배 폭증했습니다.
관세청은 '승객정보 사전분석시스템(APIS)'을 통해 입국 전 전과 및 수배 정보를 검토해 전과자·마약사범·지명수배자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위험 승객의 수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것입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송환된 이들의 외형이나 범행 방식을 봤을 때 전형적인 MZ 조폭으로 보인다"며 "국내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활동하기에 수월한 캄보디아 등지로 이런 조직들이 단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