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女 모델 겸 단역 배우, 캄보디아 '통역' 갔다가 감금... "강제 성인방송했다"

현지 통역 일자리를 제안받고 캄보디아로 향했던 한국인 여성이 범죄 조직에 감금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3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해 4월 "현지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김씨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단역 배우 겸 모델로 알려졌습니다.


프놈펜 인근 공항에 마중 나온 교민은 '쉬운 일'이라며 김씨를 안심시켰지만, 이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김씨가 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시아누크빌의 바닷가 인근 아파트였습니다. 


Image_fx (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가족에게 "무사히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방으로 들이닥친 남성 3명이 김씨의 팔을 꺾고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았습니다. 김씨를 데려온 교민은 현지 범죄 조직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고 그를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씨가 강제로 시킨 일은 '성인 방송'이었습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고 시청자에게 후원금을 구걸해야 했습니다. 다음 날 벽에는 '실적표'가 붙었고,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옆방에서는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간헐적으로 들렸습니다. 김씨는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카메라 불빛만 바라보며 버텼다고 전했습니다.


극적인 구조는 한 달 뒤 이뤄졌습니다. 가족이 받은 '도착 인증샷' 한 장이 단서가 됐습니다. 


김씨의 가족은 사진 속 바다와 섬의 형태를 단서로 현지 교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20년째 캄보디아에 거주 중이던 교민이 직접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는 사진 속 배경을 토대로 시아누크빌 일대를 한 달간 추적해 결국 현지 경찰과 함께 건물을 급습, 김씨를 구출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김씨 감금 장소 인근에는 여전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경비원들이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보는 척하며 주변을 감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Image_fx.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이 연루된 범죄 피해자는 주로 남성이지만, 여성 피해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로맨스 스캠' 조직에 납치됐다가 탈출한 30대 남성 정민수 씨(가명)는 "조직원 150명 중 납치된 피해자 5명 정도가 여성이었다"며 "남성 조직원이 대본을 쓰면 여성 피해자가 대신 통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시아누크빌 교민들은 "중국은 이미 자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 단속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대응이 더디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 범죄자들을 송환해왔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시아누크빌 리조트를 급습해 700명을 체포했고, 다음 달 130명을 본국으로 송환했습니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치어 퍼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회담을 열고 양국 간 24시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습니다. 다만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할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