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남부 국경도시 바베트에서 범죄조직들이 정부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인접국으로 도주하기 위한 비공식 통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이러한 통로를 속칭 '개구멍'이라고 부르며, 국경지대에서 검문검색을 피할 수 있는 여러 곳의 비공식 루트들이 존재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바베트에 거주 중인 한 현지 주민은 "한 번 국경을 넘으면 정부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아 캄보디아를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스1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외에도 쯔레이톰, 오스마크, 보코산 등 캄보디아 전역의 국경지대에는 이미 수십 곳의 웬치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인접국과 도로로 연결돼 차량 등으로 이동하기 쉽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범죄조직의 이동은 인접국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한 교민은 "비엔티안의 산지앙 지역(중국계 거주 밀집 지역)에 캄보디아 범죄단지와 유사한 형태의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며 "캄보디아에서 철수한 조직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미얀마에서도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며,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남성 장모 씨(36)가 태국 국경 인근 미야와디의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 gettyimagesBank
이처럼 범죄조직의 활동 무대가 캄보디아 국경 밖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캄보디아 정부의 합동 단속도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캄보디아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며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주요 범죄조직들이 국경을 넘어 도주한 상황에서 실질적 단속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캄보디아 내 남은 웬치들도 대부분 국경과 인접해 있어 추가 단속에 나서더라도 조직원들이 라오스나 베트남 등으로 재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선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캄보디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중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지에서는 "단속을 피해 거점을 옮길지라도 언제든 다시 사람을 모집해 범죄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중국 내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캄보디아 취업'을 미끼로 한 유인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书)에는 돈다발, 고급 식당, 5성급 호텔을 배경으로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고 있다", "궁금하면 물어보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유통된 유인글이 '급구', '고수익 알바' 등 단순 모집 문구에 그쳤던 것과 달리, 중국 게시물은 실제 현금 다발이나 고급 차량·요트·식사 장면 등을 함께 게시하는 등 더욱 교묘한 수법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