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직접 사직서 써서 제출한 뒤 3시간만에 철회... 회사가 수리하니 "부당해고" 소송

35년간 근무한 직장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제출한 사직서를 둘러싸고 벌인 부당해고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지난달 11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20일 법조계가 전했습니다. 강재원 부장판사가 재판부를 맡았습니다.


A씨는 1989년 한 협동조합에 입사해 35년간 근무해온 베테랑 직원입니다.


img_20211228155746_502gkwu6.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해 1월 B지점으로 전보 발령을 받은 A씨는 새로운 근무지 첫 출근 다음 날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A씨는 이후 10일간 휴가를 사용했고, 같은 해 2월 13일 출근 후 불과 20분 만에 지점장을 찾아가 자필로 작성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조합 측은 사직서를 본점으로 전달받은 후 이튿날 A씨를 해직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사직서 제출 3시간 후 지점장에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휴직을 요청했습니다.


A씨는 "조합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는 해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2q1hnzws68r1557pj203.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중노위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 역시 노동위원회와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A씨는 "조합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를 당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갔고, 지점장의 독촉으로 출근해 극심한 불안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원을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직서 제출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응급실 진료 기록과 정신과 진단 자료는 있지만, 사직서 작성 시점의 판단능력 상실을 입증할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점심 무렵 사직을 철회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인사담당자, 지점장과의 통화 및 메시지 내용을 검토한 결과 사직 철회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었다며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A씨와 조합의 근로관계는 사직 의사가 조합에 수리됨으로써 종료된 것"이라며 "조합이 A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