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미국서 돌아온 정책실장 "관세협상 '실질적 진전' 있었다... 조율 필요한 쟁점 1~2가지 남아"

한미 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관세 협상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마치고 19일 귀국하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협상 진전 상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19일 인천공항 귀국길에서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며 협상 성과를 밝혔습니다. 


origin_한미관세협상후속논의.jpg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산업통산자원부


다만 그는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 1~2가지가 있다"고 덧붙여 완전한 합의까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함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이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호호혜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상당히 의견이 근접해 가고 있다""미국 측에서 대한민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측은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줄곧 '전액 현금 직접투자'를 요구해왔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대규모 외화 유출과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대출 보증 등 비현금성 자금 운용 병행을 주장해왔습니다.


origin_한미관세협상후속논의마치고귀국한김용범정책실장.jpg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막판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선불 현금 5% 이내, 나머지는 대출·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절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는 통화스와프나 유사한 외환안정 프로그램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 관련 질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며 "통화스와프라는 용어나 개별 프로그램까지 언급하는 건 지금 협상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김 실장은 방미 중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셀 보트 국장과도 회동해 펀드 운용의 재정 구조와 행정 절차를 협의했습니다. 이는 투자금이 미국 내 정책·예산 체계에 어떻게 반영될지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 협의로 해석됩니다.


origin_한미관세협상후속논의관련브리핑하는김용범·여한구.jpg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막판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 뉴스1


같은 시기 워싱턴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도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논의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미국 측이 한국의 외환 부담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베선트 장관이 이를 내부에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혀 미 재무라인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 실장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협상에 관한 상세 내용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의 귀국으로 협상단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번 주 초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어 후속 전략을 확정할 방침입니다.


김 실장은 귀국길에서 "이후 우리 부처와 깊이 있게 검토해 우리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추가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번 협상을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 간 정치적 결단으로 매듭짓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origin_한미관세협상마치고인천공항도착한구윤철부총리.jpg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막판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각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결국 "한국의 3500억달러 미국 투자는 선불"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가 최종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무선에서 완전한 합의가 어렵다면 정상회담에서 '조건부 합의' 혹은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 방향'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