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방송 BJ들이 캄보디아 여행경보 4단계 발령에도 불구하고 현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범죄 조직이 활동하는 위험 지역에서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행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 BJ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캄보디아로 21일 출발한다. 저녁 7시 비행기 티켓팅 완료"라며 항공권 인증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해당 BJ는 자신을 포함해 BJ와 유튜버 등 총 3명이 함께 캄보디아로 향한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거리(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BJ가 "범죄자 소굴 앞에서 엑셀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는 점입니다. 엑셀 방송은 BJ들이 후원 순위를 엑셀 시트처럼 정리해 시청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송 방식을 의미합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다른 BJ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원구단지 앞에서 생방송을 진행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원구단지는 태자단지, 망고단지와 함께 캄보디아 내 3대 범죄 단지로 분류되는 곳으로, 중국계 범죄 조직이 감금과 불법 사기 행위를 벌이는 장소로 악명이 높습니다.
해당 BJ는 단지 앞에서 "좋은 말로 할 때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된 피해자들을 풀어달라"고 외치며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이 방송은 시청자 수가 2만명을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8월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돼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해당 사건 이후 국내에서는 유사한 피해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에 가담해 현지 수사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0여명이 지난 18일 국내로 송환되기도 했습니다.
외교부는 16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여행경보는 1단계 '여행 유의'부터 4단계 '여행 금지'까지 단계별로 나뉘며, 4단계 흑색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법적으로 방문이 금지됩니다.
여행금지 지역 방문 시에는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문·체류 금지 국가나 지역을 긴급한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 외교부 장관 허가 없이 방문·체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하는 BJ나 유튜버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제한적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BJ나 유튜버가 취업 사기를 당했거나 대포통장 판매 등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제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