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천연기념물' 황새 방사 행사에서 황사 폐사... "높은 분들 기다리느라 땡볕에"

경남 김해시가 과학관 개관을 기념해 방사한 천연기념물 황새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폐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김해시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황새 3마리가 방사됐습니다. 그러나 수컷 한 마리가 새장 문이 열리자마자 날지 못한 채 고꾸라졌고, 사육사들이 급히 응급조치를 했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현장에 있던 수의사와 전문가들은 폭 30~40cm 남짓한 좁은 새장에 1시간 30분 이상 갇혀 있던 황새가 탈진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기념식한다고 땡볕에‥새장 열자 천연기념물 황새 그대로 폐사 | 웹진 인벤MBC '뉴스데스크'


당시 외부 기온은 22도였지만 햇볕이 강해 참석자들에게 우산이 제공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장에는 그늘막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방사는 새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서식지 인근에서 조용히 이뤄지지만 이날은 시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개관식 '행사 프로그램'의 일부로 진행됐습니다. 황새들은 사육장에서 700m 떨어진 과학관 마당으로 옮겨 연설이 끝날 때까지 1시간 넘게 좁은 공간에 대기해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해시는 "국가유산청에서 정식 대여받은 새장을 사용했고 통풍 장치도 갖춰져 있었다"며 "수의사와 사육사가 함께 관리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방사된 나머지 두 마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 상태를 관리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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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행사 순서를 기다리며 1시간 40여 분 동안 좁은 상자에 갇혀 있던 황새가 탈진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승용차도 직사광선에 내부 온도가 30도 이상 오르는데, 밀폐된 새장은 훨씬 더 뜨거웠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950년대 이후 사라진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겠다던 시가 정작 생명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없이 눈요기용 이벤트로 이용했다"며 "폐사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향후 공공 행사에 동물을 동원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복원 사업은 생태적 안정과 생명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며 "행사 중심의 방사식은 본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