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캄보디아 다녀온 50대 남성, 죄책감에 자수... "죽은 사람 처리하는 소각장 있어"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캄보디아 현지 범죄 조직에 통장을 대여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17일 발표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해운대경찰서에 직접 출두해 "최근 3차례 캄보디아를 다녀왔고, 범죄 조직에 통장을 빌려줬다"고 자수했습니다. 


신용불량자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는 대포통장 모집책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을 받았습니다. 모집책은 통장을 며칠간 빌려주면 1200만원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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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웬치'라고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을 방문했습니다.


현지에서 A씨는 자신의 통장과 여권, 그리고 온라인 자산 안전 장치인 OTP를 조선족 조직원에게 건넸습니다.


당시 그의 통장에는 범죄 자금 3500만원이 입금됐으나, 중간에 지급 정지 조치가 내려져 1200만원이 출금되지 못했습니다.


약속된 보수를 받지 못한 A씨가 조직원들에게 강력히 요구하자, 조직 측에서 그를 한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으로 약속된 보수를 요구했고, 조직원들이 돈을 주겠다고 하자 다시 캄보디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받은 것은 300~4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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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측은 A씨에게 통장을 한 번 더 개설해 주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연락했고, A씨는 이를 믿고 세 번째로 캄보디아를 방문했지만, 결국 돈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곳곳에 통장을 모집하는 '장집'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보이스피싱 문제가 잘 알려져 고소득 일자리라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넘어간 사람은 드물다"며 "대신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50~100만원을 빌려주고 신뢰를 쌓은 뒤 '잠시 통장만 빌려달라'며 유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웬치에 갔을 때 소각장을 실제로 봤는데 정말 많은 한국인이 이미 숨졌을 것 같더라"며 "전은 운이 좋아 계속해서 빠져나왔지만, 그곳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이 어서 구조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추가 범죄 피해를 막고자 자수했다고 진술했다"며 "현재 그의 통장 거래 내역과 출입국 기록은 확인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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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 사건을 전담 부서인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