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과도한 놀이 행동이 인간의 도박 중독과 같은 신경학적 패턴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의 행동 중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특정 견종에서 나타나는 놀이 집착 현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장난감이나 놀이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개들이 도박이나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과 유사한 신경학적 패턴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슈테파니 리머 박사 연구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1세에서 10세 사이의 반려견 105마리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실험견은 '장난을 좋아한다'고 평가받은 개들이었으며 연구팀은 각자가 가장 선호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한 후 행동 패턴을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연구 결과, 말리누아(18마리), 보더콜리(9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9마리) 등 작업견 중심의 품종 중 33마리가 '놀이 중독' 징후를 명확히 보였습니다.
이들은 장난감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음식이나 주인과의 놀이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장난감이 사라진 후에도 15분 이상 진정하지 못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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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은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특정 활동을 계속 반복하는 인간의 중독적 행동과 유사하다"며 "일부 개들은 피로하거나 다친 상태에서도 놀이를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반려견의 행동 패턴이 인간의 행동 중독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놀이 집착' 현상이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장시간의 격렬한 놀이로 인한 인대와 관절 손상, 불안 반응 강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머 박사팀은 "놀이 행동은 본래 건강한 신호이지만, 스트레스 회피나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이 될 때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는 인간이 운동, 쇼핑, 일 등에 몰입해 생기는 행동 중독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훈련에 유리한 성향'을 가진 작업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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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에 대한 높은 집중력은 훈련 효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가정용 반려견으로서는 과도한 에너지와 집착이 오히려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보더콜리나 말리누아처럼 장난감 욕구가 강한 품종을 입양할 때는 단순히 외모나 활발한 성격만 보고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운동, 균형 잡힌 놀이, 사회적 교류를 병행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반려견의 행동 중독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반려동물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중요한 지침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