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우이천에서 천연기념물 원앙이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과거 악취로 골머리를 앓던 하천이 이제는 다양한 야생 조류들의 서식지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입니다.
우이천에 나타난 천연기념물 원앙의 화려한 자태
우이천 / 서울시
지난 15일 '청계천야생' 유튜브 채널은 "너무 아름다운 인형을 닮았네요"라는 설명과 함께 우이천에서 촬영한 원앙의 생생한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현재 우이천에는 원앙을 비롯해 청둥오리, 백로, 왜가리 등이 자유롭게 서식하며 도심 속 자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북한산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우이천은 서울 강북구와 성북구, 도봉구를 관통하는 한강의 주요 지류입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덕성여대 앞 '쌍문414앞교'부터 쌍문교를 거쳐 '쌍한교'까지의 구간에서는 약 100마리의 원앙을 포함한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들 원앙은 2016년 6월 서울대공원의 협조로 30마리를 방사한 이후 회귀본능에 따라 매년 우이천을 찾아와 겨울철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YouTube '청계천야생'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의 특징과 생태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귀중한 조류입니다. 기러기목 오리과 원속에 속하는 원앙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개체수가 상당히 많아 호수나 하천에서 흔히 관찰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2만~3만여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희귀한 새로, 그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선조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진귀한 새입니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원앙의 몸길이는 40~45cm 정도이며, 수컷과 암컷의 외형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컷은 화려한 깃털이 특징으로, 눈 둘레는 흰색, 뒷머리깃과 윗가슴은 밤색, 등은 청록색을 띠며 가슴에 2개의 세로줄무늬가 있습니다.
특히 노란 옆구리와 위로 올라간 선명한 오렌지색의 부채형 날개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반면 암컷은 몸 전체가 갈색을 띤 회색이며 흰 점무늬가 있고 배는 흰색입니다.
원앙 가족이 노니는 모습. / 뉴스1
원앙 암컷은 청둥오리 암컷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몸이 좀 작고 눈 주위에 흰줄이 있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앙 이름의 유래와 흥미로운 습성
원앙의 이름 유래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약 2500년 전 중국에서 처음 기르기 시작한 원앙은 약 2000년 전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수의 깃털이 워낙 차이가 나서 고대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은 '원', 암컷은 '앙'으로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나중에 같은 종임을 알고 원과 앙을 합쳐 원앙이라고 불렀습니다.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원앙은 전통 결혼식에서 원앙 1쌍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수컷이 여러 마리와 짝짓기를 하며 암컷만이 새끼를 키웁니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에 수컷은 틈만 나면 털을 고르고 예쁘게 가꾸면서 구애를 합니다. 선택받으면 다른 수컷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느라 졸졸 따라다녀 금실 좋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모습만 보고 금실의 상징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제군
원앙은 겨울에는 여러 마리가 무리져 하천이나 호수에 살며, 여름에는 산속에 가서 번식합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우이천에서 원앙을 보기 힘듭니다.
특이한 습성으로는 암컷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지상에서 몇 미터나 떨어진 나무 구멍에 알을 낳는다는 점입니다.
새끼들은 부화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무 구멍에서 뛰어내려 어미를 따라가는데, 몸무게가 50g도 채 안 되어서 공기저항 때문에 딱히 다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이천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 조류들
우이천에는 원앙 외에도 다양한 야생 조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YouTube '청계천야생'
청둥오리가 대표적입니다. 겨울철 강이나 호수 냇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릿과 야생의 새인 청둥오리는 집오리의 원종입니다.
수컷은 머리와 목이 광택 있는 초록빛이며 배는 회백색이고 등은 갈색 바탕에 회색 무늬가 있습니다. 암컷은 온몸이 누런 갈색에 어두운 갈색의 무늬가 있습니다.
백로는 하천이나 호수 습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입니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각종 수생동물, 소형 포유류, 파충류, 새, 곤충 등도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백로가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왔으며, 시나 그림에 많이 등장합니다.
왜가리는 냇가나 호수 등 물가에 사는 텃새입니다. 머리는 흰색이며 검은 줄이 눈에서 뒷머리까지 이어져 댕기깃을 이룹니다. 다리와 부리는 계절에 따라 노란색 또는 분홍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