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토종 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멸종위기 1급으로 분류된 산양은 한반도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종으로 바위 절벽과 험준한 산악 지대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양 / 환경부
현재 국내 산양의 추정 서식 개체수는 약 1000마리에서 2000마리 수준으로 이미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대규모 집단 폐사로 인해 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6개월 만에 1000마리 이상 집단 폐사, 충격적인 현실
국가유산청의 공식 사망 신고 내역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발견된 산양 폐사체는 총 1022마리에 달했습니다. 불과 6개월 만에 국내 산양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도 양구, 화천, 인제, 고성 등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가장 높은 폐사 신고 건수를 기록했으며, 설악산 국립공원 일원과 경북 울진·삼척 지역에서도 다수의 사체가 확인되었습니다.
폭설에 파묻힌 산양 / 인제군
산양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무분별한 도로 건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들은 "숲을 잃은 산양에게 인간의 길은 '거대한 미로', 철망은 '감옥'이 되어 고립과 탈진, 로드킬을 부른다"고 진단했습니다.
ASF 울타리와 이상 기후가 만든 치명적 조합
산양은 겨울에 눈이 쌓여도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 말부터 이어진 이례적인 폭설은 이러한 산양의 특성과 맞물려 먹이 활동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육군7사단
많은 산양이 ASF 울타리 앞에서 고립되어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탈진하거나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ASF 울타리가 야생동물의 이동을 막아 서식지 단절과 고립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상 조건의 일시적인 완화뿐 아니라 ASF 울타리 재정비,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서식지 관리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서 열리는 '야생의 증언' 전시회로 현실 고발
야생의 증언 사진전
오는 16~17일 국회에서는 산양의 현실을 고발하는 '야생의 증언' 전시회가 열립니다. 이번 사진전은 ASF 차단 울타리와 도로 개발로 파편화된 서식지, 로드킬과 고립의 참상을 60여 점의 사진으로 전달합니다.
전시에는 혹독한 겨울을 버티는 산양의 '연대', 새끼를 지키는 어미의 '모성애'를 포착한 장면부터, 차가운 철망 앞에서 길을 잃은 '방황', 앙상한 나뭇가지를 뜯는 '절박함', 울타리 앞에서 생을 마감한 '장벽'의 순간까지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기헌 의원은 "인간의 편의와 방역 정책이 멸종위기종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직시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여는 이번 사진전이 야생동물 보호 정책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생명 공존의 가치를 회복할 실질적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양구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