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고참선수들이 구단에 직접 보고...난 바지 감독"
K리그1 명문 구단 울산 HD를 둘러싼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태용 전 감독과 울산 구단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울산 HD는 공식 입장을 통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신 감독은 8월 초 부임해 약 두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신 감독은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라 내부 권력 다툼과 부당한 해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일부 고참선수들이 출전시간 불만을 품고 구단과 감독 사이를 갈라놨다고 폭로했습니다.
뉴스1
KBS가 공개한 인터뷰 녹취록에서 신 감독은 "코칭스태프끼리 작전을 짜고 명단을 정하는 이야기가 A선수 귀에 다 들어갔다"며 "경기 전부터 자기 결장을 이미 알고 있는 고참선수가 나에게 인사도 안 하고 후배들을 모아 단체 항명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보를 흘린) 코칭스태프 중 일부가 특정 선수와 친분이 두터웠다"며 내부 기강이 무너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선수 의견은 코칭스태프를 거쳐 구단으로 가야 하는데 울산은 선수가 직접 구단에 이야기하면 구단이 다 해결해줬다. 나는 바지 감독하다 나온 셈"이라며 구단 운영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또한 신태용 감독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단 내 '감독 교체 투표'가 있었다고 추가 폭로했습니다.
그는 "일부 선수가 울산을 자신의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감독보다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속초 전지훈련 전후로 '감독 교체 필요성'을 주도했고, 호텔방에서 비공개 투표를 진행한 뒤 대표이사에게 "신 감독과 더 이상 같이 뛸 수 없다"고 전달했다는 정황도 제기됐습니다.
신 감독은 "그 투표에 끼어있던 선수가 나중에 '감독님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고 말하더라"고 밝혔습니다.
울산 HD FC
울산 구단은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구단은 "신 감독이 훈련 중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며 "구시대적인 리더십이 지금 세대 선수들과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신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선수단 내 불만을 키웠으며 팀 분위기 악화를 초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질 사유는 성적 부진이었으며, 선수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K리그 사상 초유의 '선수 주도형 감독 해임' 논란이 불붙으며 논란이 한층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던 울산은 올해 10위까지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몰렸습니다. 구단은 오는 18일 광주FC와의 33라운드부터 노상래 유소년 디렉터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해 남은 시즌을 치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