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 허가 기준 벗어난 처방 논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투약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와 임산부에게까지 처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위고비 처방 점검 건수가 69건에 달했습니다. 임산부의 경우 DUR 점검이 194건이었습니다.
식약처 허가 기준과 현실의 괴리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위고비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성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위고비 맞는 모습 / GoodRx
특히 임신 기간 동안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며, 만 18세 미만의 어린이 및 청소년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DUR은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병용, 연령, 임신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품목으로 건강보험통계를 집계할 수 없어 DUR을 통해 처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처방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료기관들에서도 위고비를 처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기과 1,010건, 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무분별한 처방이 비만치료제의 남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투약 후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 사례들
실제로 위고비 투약 후 발생한 부작용 사례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시판 이후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가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총 961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59명에 이르렀습니다. 급성췌장염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이 포함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른 비만치료제도 마찬가지
위고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 다른 비만치료 주사제인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의 경우 2021년 한 해 동안 어린이 DUR 점검이 67건, 임신부는 179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제도적 개선 필요성 대두
김남희 의원은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사항을 무시하고 위고비 같은 전문의약품을 처방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원칙 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