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北, 노동당 80주년 열병식서 첨단무기 과시... 南 향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

폭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북한의 무력 과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화려한 열병식을 강행했습니다.


지난 11일 조선중앙TV는 오후 4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전날 밤 10시에 열린 열병식을 녹화 중계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북한은 첨단 무기를 과시하며 국제사회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인사이트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 뉴스1(평양 노동신문)


열병식은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마가 하늘로 솟구치는 영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특수부대원들이 불붙은 몽둥이를 머리로 깨부수고 맨몸으로 얼음과 쇠사슬을 제거하는 등 북한군의 강인함을 과시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잠수함에서 은밀히 빠져나온 병력이 바닷물에서 떠올라 사격하는 모습도 화면에 담겼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각 10시에 주석단에 등장했습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장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외쳤고, 플래시몹으로 '백전백승', '혁명강군', '일당백'을 형상화했습니다.


인사이트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 뉴스1(평양 노동신문)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 매체가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는 북한 강원도 회령군에 위치한 제1군단이 등장할 때 "공화국 남쪽 국경의 강철 보루"라며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의 첨예한 대치선에서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제도를 굳건히 사수하는 무적의 강병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국제적 지지 과시와 첨단 무기 공개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를 대거 공개했습니다.


특히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외국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무기 과시는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열병식 참관을 마친 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포옹하고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국제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켰습니다.


또한 러시아 파병 부대인 '특수작전군종대'가 진군할 때는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러시아와의 유대를 강조했습니다.


인사이트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0일 진행된 열병식 때 중국의 리창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 뉴스1(평양 노동신문)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해외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싱가포르 출신 사진작가 아람판 등이 초청되었으며, 중앙TV에는 외국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열병식을 촬영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습니다.


이날 평양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지만, 열병식은 그대로 강행되었습니다.


중앙TV 카메라에는 진군하는 군인들 머리 위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모습이 계속 잡혔고, 주민들은 흠뻑 젖은 채 인공기를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체제의 결속력을 보여주려는 북한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내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손님들을 영접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열병식에 대해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내부 행사"라면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