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험난했던 성공 스토리
지난 8일 방송된 SBS 추석 특집 다큐멘터리 '뉴 올드보이 박찬욱'에서 영화감독 박찬욱의 성장 과정이 집중 조명됐습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인 박찬욱 감독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해외 팬들의 모습이 공개되며 그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팬들은 박찬욱 감독을 향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뒤를 돌아가지 않고 늘 진화한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아 항상 새롭고 늘 기대를 뛰어넘는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SBS '뉴 올드보이 박찬욱'
현재 국내외 영화팬들을 열광시키는 박찬욱 감독이지만, 그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데뷔작과 후속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던 그는 이후 극적으로 제작하게 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흥행 참패 후 탄생한 불멸의 명작 '올드보이'
대중적 성공을 거둔 후 박찬욱 감독이 꼭 하고 싶었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관객들을 당황시켰습니다.
결국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지만, 이후 희대의 명작이자 현재 세계 영화사의 고전이 된 '올드보이'를 탄생시켰습니다.
SBS '뉴 올드보이 박찬욱'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실패로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시절, 박찬욱 감독은 10년간 감금된 남자가 주인공인 만화를 읽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올드보이'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금기를 복수의 무기로 사용해 제작 전부터 우려를 낳았습니다. 주인공 오대수를 연기한 최민식도 시나리오를 본 후 "이게 가능하냐? 누가 돈을 대겠어?"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그럼 햄릿은? 오이디푸스는?"이라며 신화와 고전에서 근친상간을 모티브로 했던 작품들을 언급했습니다.
제작진의 반대를 무릅쓴 감독의 고집
사랑을 위해서는 금기도 무시될 수 있는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영화를 만들어내려 했지만, 제작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며 제작 중단 위기에 처했습니다.
SBS '뉴 올드보이 박찬욱'
제작사 대표는 오대수와 미도의 정사 신을 없애자며 "너무 자극적이고 투자사들도 난감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그 장면이 없으면 이 드라마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습니다.
제작사 대표는 "너무 하신다. 그 부탁 하나 못 들어주시냐"라며 진심으로 서운해했고, 이를 지켜보던 최민식은 양측이 모두 이해되어 가운데서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결국 박찬욱 감독을 꺾을 수 없던 제작사 대표는 앞으로 돈 이야기 하지 않겠다며 좋은 작품 만들라고 감독과 배우들을 응원했고, 그렇게 더 대담하고 더 위험한 이야기가 완성됐습니다.
48시간에 걸친 원씬 원테이크 촬영의 전설
제작 도중 박찬욱 감독은 이전과 다른 선택으로 모두를 당황시켰습니다. 기존의 스토리 북을 엎고 원씬 원테이크로 장도리 액션신을 촬영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즉석에서 합을 맞추고 촬영하게 된 장면은 쉽게 OK 사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총 48시간, 17번째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OK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SBS '뉴 올드보이 박찬욱'
최민식은 "내가 진짜 지칠 때를 기다린 거다. 그러니까 그런 명장면이 나왔다"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류승완 감독은 "이 선택은 장르 영화의 역사를 바꾼 선택이었다. 그는 대단한 감독임이 틀림없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언론의 차가운 반응을 뒤집은 관객들의 열광
영화가 공개되자 언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지적하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개봉 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입소문을 타며 관객들이 반복 관람까지 하며 영화에 환호했습니다.
이후 '올드보이'는 이미 개봉한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대되는 이례적인 케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비경쟁작으로 출품했던 작품을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으로 바꾼 것입니다.
SBS '뉴 올드보이 박찬욱'
괴물 같은 영화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올드보이'는 급기야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방송 말미에는 칸 영화제 수상 후 "이제 내 인생은 내리막만 남았구나, 씁쓸한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박찬욱 감독의 다음 이야기가 예고되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