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60년 만에 인정받은 서산개척단 피해자들... 118억원 규모 국가배상 판결

60년 만의 정의, 서산개척단 사건 국가배상 판결


1960년대 초, 대한민국 정부는 '사회 정화'라는 명목 하에 충남 서산에 개척단을 설치하고 전국의 고아와 부랑인 등 약 1,700명을 적법한 절차 없이 강제로 이송했습니다.


이들은 서산시 안지면 모월리 지역에서 감금 상태로 폭행과 부실한 식사 배급, 의료 조치 미비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국가의 책임을 인정받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사이트YouTube 'KTV 교양'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와 유족 112명에게 총 118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피해자들을 대리해 제기한 이 소송은 5·16 군사정변 이후 자행된 국가 주도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역사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서산개척단, 무엇이 문제였나


서산개척단(대한청소년개척단)은 당시 보건사회부가 부랑인 이주 계획에 따라 예산과 물자를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인사이트서산개척단 강제결혼식 당시 사진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피해자들은 수용지에서 감금된 채 폐염전을 농지로 개간하는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고, 내부에서는 강제결혼까지 이루어졌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정부가 수용자들에게 약속했던 개간지 분배도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022년 이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 피해자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법정 다툼의 핵심 쟁점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가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 둘째, 사건 발생 후 60여 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였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피해자와 유족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이를 뒤집을 만한 모순된 자료가 없으므로 국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김도균)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배상액은 입소 기간 1일당 15만~20만 원으로 산정되었고, 일부 사망 사건에는 별도의 금액이 인정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판결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윤성묵·이지영 변호사는 "국가가 '사회 정화' 명목으로 자행한 서산개척단 인권침해에 대해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라며 "위자료 액수는 아쉽지만, 늦게나마 역사적 사건에 법적 매듭을 지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서산개척단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 역시 피해자를 위로하는 입장을 낼 계획으로, 항소 의사가 없다고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