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추석대신 '중추절' 표현 사용한 구의원... "친중 vs 문해력 부족"

추석 명칭 논란, '중추절'은 친중 표현일까?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중추절'이라는 단어를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논란은 서울의 한 구의원이 지역구에 설치한 명절 인사 현수막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시작됐는데요. 해당 현수막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중추절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 3일 한 엑스(X) 이용자 A씨는 "추석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중추절??"이라는 제목과 함께 서울의 한 지역구에 설치된 현수막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현수막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중추절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작성됐는데요. A씨는 해당 현수막을 게시한 구의원을 향해 "중추절? 저 사람은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언제 우리가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했나요? 중국에 우리나라 많은 부분이 먹힌 듯"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 게시물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누리꾼들이 해당 구의원에게 친중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역사 속에서 찾아본 '중추절'의 의미


그러나 역사적 자료를 살펴보면 '중추절'은 단순히 추석의 다른 명칭일 뿐, 친중국적 표현이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중추(中秋)는 가을 석 달 중 중간 달인 음력 8월을 의미하며, 여기에 명절을 뜻하는 '절'(節)이 붙어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가위(추석)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중추절이라는 표현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성종 21년 8월 15일 기록에는 "그대의 말이 옳으나 다만 중추절일을 만난 것뿐이다. 옛사람도 달을 구경한 일이 있었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또한 조선 헌종 15년(1849년)에 편찬된 '동국세시기'에서는 8월 15일을 중추절이라 명시하며, 이날이 신라 시대의 가배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문헌은 중추절에 집집마다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는 풍속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중추절이 오래전부터 우리 고유의 명절을 지칭하는 용어였음을 보여줍니다.


'한가위'가 '크다'는 의미의 '한'과 '가운데' 또는 추석의 유래인 '가배'에서 파생된 '가위'가 결합한 순우리말이라면, '중추절'은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계절적 의미를 강조한 한자어로, 보다 격식 있고 공식적인 맥락에서 사용된 표현입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추석 인사장에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욱이 중추절은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싱가포르 등 한자 문화권 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오히려 중추절을 중화권 용어로만 규정짓는 것이 우리 고유 명절의 또 다른 명칭을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중추절'이라는 명칭을 '추석'이나 '한가위' 대신 사용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