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수도권 아파트 단지 123곳 중 순우리말 명칭 단 한 곳도 없어

수도권 아파트 명칭, 평균 10자로 1990년대 대비 2배 이상 증가


9일 한글날을 맞아 국내 아파트의 외래어 명칭이 얼마나 남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부동산 R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 입주한 아파트 단지 123곳 중 외국어가 섞이지 않은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입주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명칭 길이는 약 10자(9.8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990년대 평균 4자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가장 긴 아파트 명칭으로는 '초롱꽃마을2단지 파주운정시티 프라디움'(18자)이 꼽혔으며, 뒤를 이어 '덕정역 서희스타힐스 에듀포레3단지'(16자), '영종국제화성파트드림오션브릿지'(15자), '동두천중흥S클래스헤라시티'(13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긴 단지명은 전남 나주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2차'로 총 25자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엘리움'은 대방건설의 브랜드명이며, '로얄 카운티'는 영국 왕실 거주지에서 유래한 영단어입니다.


시민 77% "아파트 이름 길고 복잡하다" 응답


복잡한 아파트 명칭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함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 조사 결과, 시민 1003명 중 77%가 아파트 이름이 길고 복잡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74%는 방문 시 헷갈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시민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름 길이는 4~5글자가 60.3%로 가장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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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집값 상승 이미지를 위해 이름을 길게 짓고 외래어 펫네임(애칭)을 붙이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 이름을 고급스럽게 만들지만, 고령층이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동도급 증가로 복합 명칭 등장, 브랜드 영향력 확대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에는 외래어 브랜드를 넣어도 덜 복잡했지만, 아파트 가격에서 브랜드 영향력이 커지면서 스웨덴어·프랑스어 등이 포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도급 형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각 건설사 브랜드를 모두 넣은 복합 명칭도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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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삼성물산·대우건설),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GH·삼성물산·DL이앤씨), '다산진건 자연앤e편한세상자이'(GH·DL이앤시·GS건설)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