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해외 출장 비리, 의원은 빠지고 공무원만 수사 대상?
경기도 안양시의회와 전남도의회를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 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실제 출장을 다녀온 의원들은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고, 공무원들만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MBC
지난 1일 MBC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해마다 이어졌습니다.
2023년 2월에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그해 5월에는 일본, 8월에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로 떠났고, 2024년 2월에는 싱가포르를, 같은 해 5월에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북유럽을 간 의원도 있었습니다.
이 출장들에 세금 1억 3,000여만 원이 사용되었는데요, 다섯 번의 출장 모두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항공 운임과 차량 임차비를 부풀려 출장 경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들은 공무원 8명뿐이며, 실제 출장에 참여한 20명 가까운 의원 중에는 피의자로 수사받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박준모 안양시의회 의장은 MBC에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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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경찰은 해외 출장비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하고 공무원 10명과 여행사 관련자 10명 등 총 20명을 입건했지만, 도의원은 한 명도 입건되지 않았습니다.
전남도의회 취재 사실을 알고 MBC에 메일을 보낸 제보자 A씨는 "직원들이 일부러 그렇게 했겠냐"며 "공식 일정 외에도 관광지도 가야 되고, 비싼 식사와 술도 제공해야 하니까" 출장비를 부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갹출로 하자고 하면 그렇게 돈을 못 만드냐고 무능한 직원이 된다"는 현실도 언급했습니다.
A씨는 이러한 해외 출장이 "100% 외유성"이라고 단언하며, 직원들이 의원들을 위해 "술, 한식, 라면, 간식 등을 가득 채워 본인 것 말고도 캐리어 1개를 더 가져간다"는 고충도 털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광일 전남도의회 부의장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라면서 "예산도 수립돼 있고 그래서 간 것인데 수사까지 받고 그러는 줄은 몰랐다"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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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수사
현재 경찰의 해외 출장 비리 의혹 수사는 전국 188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체는 현재의 수사 방향대로라면, '출장은 의원이, 책임은 공무원이 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전국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합니다.
세금으로 진행되는 해외 출장의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의원들과 공무원들 모두에게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