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의 마지막 선물, 5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4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정명룡(56세)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씨는 장기기증과 함께 인체 조직기증도 실시해 백여 명의 환자들이 기능적 장애를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을 제공했습니다.
기증자 정명룡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정씨는 지난 7월 26일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더운 날씨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즉시 병원으로 응급 이송되어 의료진의 최선의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생전 기증 의지를 밝힌 따뜻한 마음
정씨는 평소 텔레비전에서 장기기증 부족으로 인한 이식 대기자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은 죽으면 천국으로 가는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가족들에게 자신의 기증 의사를 전달하고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족들은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과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씨는 심장,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피부, 뼈, 연골, 혈관 등의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습니다.
40년간 재단사로 살며 나눔을 실천한 삶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씨는 배려심이 깊고 어려운 이웃을 먼저 챙기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웃음을 선사하는 밝은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그는 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재단사로 40년 넘게 근무하며 자신의 전문 기술을 아낌없이 나눴습니다.
옷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에 재단 관련 정보를 올리고,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을 공장으로 초청해 무료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집이나 공장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맥가이버처럼 금방 만들어 주는 만물박사였던 정씨는 이웃들로부터 '이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먼저 나서는 자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유가족의 마지막 인사와 기증원장의 감사 인사
정씨의 아내 김혜경 씨는 "남편, 늘 고마웠고 너무나 수고했어. 갑자기 떠나니 마음이 무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어디선가 살아 숨 쉰다니 위로가 되네. 하늘에서도 잘 지내고, 우리 지켜봐 줘. 고마워"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정명룡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