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밝혀진 숨겨진 영웅, 학도병 참전 사실 공식 인정
6·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지만 평생 이를 숨기고 살았던 고인이 75년 만에 참전용사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경북교육청의 학도병 찾기 프로젝트가 숨겨진 전쟁 영웅의 명예를 되찾았습니다.
경북교육청 전경 / 경북교육청
경북교육청은 1일 1998년 별세한 故 최영수씨가 국방부로부터 참전 사실을 공식 인정받도록 지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최씨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경주공업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자 최씨는 곧바로 학도병에 지원했고, 1950년 8월 대구에서 훈련을 마친 후 육군 1사단에 배속되었습니다.
최씨는 전우들과 함께 경북 칠곡군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백선엽 준장이 지휘하던 육군 1사단이 치열한 전투 끝에 북한군을 물리치며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역사적 현장에서 최씨도 함께 싸웠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포화속으로'
전쟁의 상처를 평생 간직한 채 조용히 살아간 참전용사
1951년 3월 복교령이 내려지자 최씨는 경주공업중이 개편된 경주공업고등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기억은 최씨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았다고 합니다.
최씨가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은 아내와 아들 등 가까운 가족들만 알고 있었고, 최씨 본인도 주변에 알리지 않아 생전에 별다른 보훈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최씨의 아들 최일권씨와 사위 이호택씨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섰습니다.
최일권씨는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경북교육청이 올해 9월 25일부터 시작한 '경북 출신 학도병 찾기 프로젝트' 소식을 접하고 연락을 취했습니다.
경북교육청 공식 인스타그램
이 프로젝트는 6·25 전쟁 당시 참전한 학도병들과 가족, 유족들을 통해 학도병들의 삶과 전쟁 경험 등 자료를 수집하고, 이들이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국방부·국가보훈부 등 관계기관에 알리는 사업입니다.
동료 학도병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참전 사실
경북교육청은 지난해 진행한 '경주 학도병 기록물 수집·전시 사업'에서 만난 학도병 출신 어르신들에게 최영수씨의 참전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도병 어르신 3명이 "최영수라는 전우가 있었고, 그가 참전해 우리와 함께 싸운 것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하며 보증을 서줬습니다.
결국 국방부가 참전 사실 확인 통보서를 발급하면서 다부동 전투 이후 75년 만에 최씨의 참전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최일권씨는 "교육청이 학도병의 명예 회복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힘써주실 줄은 몰랐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교에 있어야 할 나이에 전장에 나선 학도병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은 국가기관의 책무"라며 "앞으로도 지역민들의 자료와 제보를 받아 더 많은 학도병들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