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여학생 비극적 사망, 학교의 안일한 대응 논란
경북 영주의 한 특성화고에서 1학년 여학생 A양이 동급생의 지속적인 학대와 성폭력 피해를 학교에 알렸음에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 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30일 JTBC '사건반장'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A양은 올해 영주시의 기숙형 특성화고에 입학한 후 같은 반 B군과 5월 한 달간 교제하는 과정에서 각종 폭력과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JTBC '사건반장'
유족의 증언에 따르면, B군은 A양에게 "네 몸에 내 것이라는 표시를 남기고 싶다", "결혼까지 할 건데 있어도 되지 않냐"며 담배로 화상을 입히는 '담배빵'을 강요했습니다.
처음에 A양은 이러한 화상 자국에 대해 "배구를 하다 다쳤다"고 숨겼으나, 결국 6월 30일 B군으로부터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하고 어머니에게도 실상을 털어놓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숙사에서 쫓겨나 모텔 생활을 하던 B군이 A양을 불러내 "한 번만 자주면 안 되냐?", "가기 전에 하고 싶은데"라며 성관계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A양의 친구 C양은 "A가 하지 말라고 거절 의사를 말했는데 B가 강제로 했다"며 "B가 A의 바지를 벗기고 그랬는데, 이후 다른 학생들에게 'A가 자기가 벗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증언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학교의 미흡한 대응과 2차 가해
가장 큰 문제는 사건 이후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이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B군에게 서면사과, 출석정지 10일, 특별교육 6시간이라는 경미한 처분만 내렸고, 정작 피해자인 A양에 대한 분리 등 보호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A양은 가해 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계속 생활해야 했으며, 점심 식사까지 함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A양이 교사들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럼 네가 나중에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말뿐이었습니다.
심지어 B군은 "A양이 원해서 성관계를 했다"며 소문을 퍼뜨려 A양이 또래 남학생들 사이에서 몸매 품평 등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일부 교사는 오히려 A양을 '문제아'라고 부르며 학생회 활동을 정지시키는 등 2차 가해성 조치까지 취했다고 유족은 주장했습니다.
A양의 친구들 역시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피해자를 위하는 듯했지만 점점 B군을 두둔했다"며 "가해 학생은 지나치게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TBC '사건반장'
생전 A양은 어머니에게 "엄마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내가 이런 걸 당해야 돼?", "나 왜 이렇게 억울해야 되지"라며 깊은 절망감을 표현했습니다.
결국 A양은 학폭위 결과가 나온 지 2주 후,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재 A양의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딸의 억울함을 알리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사망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는 조사 중이다. 조직적 은폐는 없었으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A양의 유족은 B군을 상해·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며, 학교 측에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은 학교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며, 교육 현장에서의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