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타이밍의 휴대전화 교체
내란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중요한 시점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확인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와 유흥업소 접대 의혹이 불거진 시점과 맞물려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 / 뉴스1
지난달 30일 MBC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취소를 청구한 지 약 50분 후인 오후 3시 23분, 지귀연 부장판사는 6년간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S10'을 최신 모델인 'S25 울트라'로 교체했습니다.
그러나 6분 후 지 부장판사는 다시 기존 기기로 돌아갔다가, 다음날인 5일 새벽 5시경 다시 'S25 울트라'로 최종 교체했습니다.
유심칩을 몇 차례 옮겨 꽂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7일, 지 부장판사는 전례 없는 구속기간 계산법을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흥업소 접대 의혹과 두 번째 휴대전화 교체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석 달 후 또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입니다.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1인당 100~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며 지 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의혹 제기 이틀 후인 5월 16일 오후 4시 2분, 지 부장판사는 'S25 울트라'를 중국산 휴대전화인 샤오미의 '레드미노트14'로 교체했습니다.
이번에도 5분 후 다시 기존 기기로 바꿨다가 이틀 후인 5월 18일 새벽 5시 19분, 샤오미 휴대전화로 최종 교체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지 부장판사는 "잘 기억나지 않아 사실관계를 우선 파악해 보겠다"고만 밝혔습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룸살롱 출입 증거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2025.5.19 /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지 부장판사가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 판사가 내란 동조 혐의와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감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며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대법원의 권세를 빌어 국민을 우롱하는 한심한 행태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정아 의원 또한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동안 핵심 의혹들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지 판사가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법조인 후배들과 가벼운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지만, 이들의 직무 관련성이나 접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지귀연 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을 더불어민주당에 최초 제보한 정의찬 민주당 원내대표 정무실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귀연 판사 교체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30 / 뉴스1
그러나 민주당 정의찬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며 "제보자는 지귀연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이는 수백만 원대 비용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대법원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법원 감사위원회는 향후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 처리해야 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귀연의 증거 인멸과 대법원의 지록위마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