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낙인찍힌 중학생, 2년 만에 법원서 누명 벗다
성폭력 가해자로 몰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았던 한 남학생이 뒤늦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이 여학생의 말만 믿고 CCTV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성급히 결론을 내린 결과, 학생은 2년간 '성범죄자'라는 낙인 속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JTBC '사건반장'
법원의 판단 덕분에 '성범죄자'라는 오명은 벗게 됐지만, 어린 나이에 겪은 상처가 작지 않습니다.
여학생 진술만 믿은 학폭위... 중학생에 징계 처분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A군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이 사건은 2023년 9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A군은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갔다가 같은 반 여학생 B양과 마주쳤습니다. 당시 화장실에는 두 사람만 있었는데, B양은 A군이 자신을 따라와 몰래 훔쳐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용변을 보는 칸 바로 옆 칸에서 칸막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측은 곧바로 학폭위를 열었고, B양의 증언만을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A군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학폭위는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 8시간 이수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JTBC '사건반장'
법원 "진술 번복·CCTV 모습 신빙성 떨어져"
그러나 이후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A군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재판부는 2년 만에 A군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근거는 명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를 주장한 B양이 총 네 차례나 진술을 바꾼 점', '사건 직후 화장실을 웃으며 나오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점' 등을 들어 B양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B양이 "범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A군은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판결문에는 "남자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을 치우는 소리가 옆 칸 여학생에게 '발을 디디는 소리'로 잘못 들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낙인·전학... 그러나 사과 없는 현실
A군은 징계 이후 학교에서 '변태' 취급을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같은 반 남학생들은 탄원서를 써주며 그를 두둔했지만,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교사들조차 차가운 시선을 보냈습니다. 결국 A군은 전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무죄임을 인정받았지만 이미 2년이 지나버렸다. 중학생 시절은 성인과 달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데,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법조계 역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양지열 변호사는 방송에서 "이 사건을 처리한 장학사는 승진했고, 교장은 이미 학교를 떠났다"며 "정작 피해 학생은 아직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행정 절차의 안일함이 한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