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연평해전 참전 장병들, 국가유공자 재심사 결과 '비해당' 판정 논란
1999년 6월 발생한 제1연평해전 참전 장병 4명이 국가보훈부로부터 국가유공자 재심사 결과 '비해당'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당시 승전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 참수리 325정의 의무병, 병기병 등 승조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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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비해당' 판정을 받은 후 재심사를 신청했으나, 8명 중 절반인 4명만이 '해당' 판정을 받게 됐습니다.
30일 주간조선은 이들의 통지서를 입수해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비해당 결정의 핵심 이유는 '전역 후 일상생활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직업적·사회적 기능 손상이나 제약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교전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병원을 찾았고,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제약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했으며, 병원과 군무원 등 관련 분야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한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보훈심사위원회 청문 과정에서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져
지난 6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1연평해전 승전 26주년 기념행사'에 호국영웅을 위한 자리가 놓여 있다 / 뉴스1
일부 장병들이 보훈심사위원회의 재심사 과정에서 청문을 받는 도중 명예를 훼손당하고 2차 가해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청문 과정에서 보훈심사위원회는 "당시 OOO 업무를 맡았다면서 어떻게 피를 봤느냐", "교전 이후 병원 진료를 왜 받지 않았느냐" 등 구체적인 교전 상황을 반복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이미 재심사 신청 단계에서 서류로 제출한 내용을 다시 직접 대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장병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서해 수호 교전의 국가유공자(전상군경) 사례와 비교해보면, 이번 판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대 서해 수호교전'인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전상군경은 2025년 4월 기준 58명입니다.
국가보훈부 전경 / 국가보훈부
이들 중 의병전역 9명을 제외한 49명은 모두 정상적으로 전역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만기전역 35명, 명예전역 4명, 정년전역 5명, 원에 의한 전역(규정된 복무기간을 마친 장기복무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역 요청한 경우) 5명 등입니다.
PTSD 진단 시기, 대부분 교전 후 상당 기간 경과 후 이루어져
PTSD를 진단받은 35명의 최초 진단 일자을 살펴보면, 교전이 일어난 해에 진단을 받은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9명은 모두 교전으로부터 최소 2년, 최대 20년이 지난 시점에 최초로 PTSD 진단을 받았습니다.
'5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최초 진단을 받은 인원이 23명으로 절반이 넘고,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진단을 받은 인원은 11명에 달합니다.
지난 6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1연평해전 승전 26주년 기념행사'에서 허성재 2함대 사령관과 당시 지휘관, 참전용사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뉴스1
복합상이자를 제외한 인원만 살펴보더라도, 교전으로부터 10년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PTSD 최초 진단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PTSD가 중대한 피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PTSD로 인한 국가유공자 인정이 2021년 이후에야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편, 국가유공자 비해당 판정을 받은 참전 장병들은 이같은 처사에 깊은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시위에서 이들은 "지난 6월 현충일 이재명 대통령께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며 "그 말만 믿고 6개월을 기다렸는데 재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말들이 지켜지기는커녕, 오히려 PTSD에 대한 2차 가해만 당했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