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국회 청문회 불출석 결정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8일 국회와 대법원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청문회 출석 요청을 받은 5명의 대법관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국회 파견 직원을 통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협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사법부 독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 뉴스1
특히 "헌법 103조의 사법부 독립 보장, 법원조직법 65조의 합의 과정 비공개 규정, 국정감사법 8조와 국회법 37조에 명시된 재판 관련 국정조사의 한계"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사법부 독립성 보호와 진행 중인 재판 관련 논란
국회 법사위는 지난 22일 전체 회의에서 '대법원장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의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청문회 계획서에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자(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하고, 한덕수 등과의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뉴스1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서울고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조직법 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정감사법 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회의 감사·조사 권한이)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오경미 대법관도 의견서를 통해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오 대법관은 "현직 법관으로서 본인이 재판에 관여한 사건에 관한 법리적 견해는 판결서를 통해 표명했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그에 이르게 된 경위나 심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사법부 고유한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인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오경미 대법관 / 뉴스1
일반적으로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 질의에는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과 행정처 간부들만 출석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은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한편 같은 날,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조 대법원장이 제출한 '의견서'를 '오만방자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출석 의무가 있는 대상이 불출석할 경우 제출하는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출석이 의무가 아님을 주장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 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