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10대에 탈모로 '대머리' 된 여성... 아무 이상없는 양쪽 유방까지 잘라낸 사연

9살부터 탈모, 32살에 예방적 유방절제술까지... 한 여성의 용기 있는 선택


미국 미시간에 거주하는 마리사 킴멜(32)은 9살 때부터 시작된 탈모증으로 10대 후반에 완전한 대머리가 됐다. 그런 그가 최근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선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사이트마리사 킴멜 SNS


영국 일간 미러(Daily Mirror)가 보도한 그녀의 사연은 신체적 변화를 넘어 자기 결정권과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마리사가 과감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최대 80%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통제하기 위해"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머리카락도 없고, 가슴도 없지만 이 몸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내가 아들을 지켜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제 내 몸이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자존감 회복의 여정, 사진이 바꾼 삶


마리사의 어린 시절은 탈모증과의 싸움이었다. 9세에 시작된 탈모증은 점점 심해져 19세에는 남아있던 머리카락마저 모두 잘라내고 대머리로 살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거울을 볼 수조차 없었다.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매일 다시 배워야 했다"는 그녀의 고백은 외모 변화가 가져온 심리적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환점은 20세에 찾아왔다. 시카고로 이사한 그녀는 아르바이트 중이던 매장에서 한 사진작가에게 발탁됐고, 자화상을 촬영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사진이 내 삶을 바꿨다. 내 몸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고, 결국 사진은 직업이 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25세가 되기 직전, 부모의 건강보험이 만료되기 전에 가족력 관련 상담을 받던 중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았다.


인사이트마리사 킴멜 SNS


검사 결과 BRCA1 돌연변이 보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마리사는 "담담히 설명을 듣다가 눈물이 천천히 흘렀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의사는 그녀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모성과 자기 결정 사이의 균형


마리사가 실제로 수술을 결심한 시점은 아들이 태어난 지 6개월이 됐을 때였다. 그녀는 적어도 1년 동안은 수유를 하고 싶어 수술을 미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택적 수술이 중단되며 시기가 더 늦춰졌다.


결국 지난 2021년, 철저한 준비 끝에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전날 밤까지도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는 그녀는 보험 정리부터 정신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재정 준비까지 모든 것을 계획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크리에이터 친구들은 수술 전 그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해주었고, 병원에 들어갈 때는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예방적 유방절제술 이후, 마리사는 또 한 번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유전자를 더 이상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나팔관 제거 수술까지 받은 것이다. "두 개의 작은 흉터가 있다. 종이로 베인 것처럼 작지만, 당시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상징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마리사는 틱톡을 통해 탈모, 유전자, 출산 후 몸의 변화,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다. "사회는 출산 후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기준을 정해놓았다. 나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 덕분에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는 그녀의 말은 외적 기준을 넘어선 자기 수용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는 체내에서 암 억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이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80%, 난소암은 최대 40%에 이를 수 있다.


일반 여성의 유방암 평균 발병률이 약 12%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한편, 마리사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탈모증은 면역계가 자신의 모낭을 이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유전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 스트레스, 감염, 내분비 이상 등이 유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증상이 완화되거나 머리카락이 일부 자라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