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순간과 주치의의 회상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순간을 주치의 세르조 알피에리가 회상했다. 교황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부름에도 응답하지 않았고, 통증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알피에리 의사는 지난 21일 오전 5시 30분경 교황의 개인 간호사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 교황의 상태가 위중하니 빨리 와달라는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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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에리 의사는 20분 후 바티칸 내 산타 마르타의 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눈을 뜨고 있지만 반응이 없는 교황을 발견했다. 맥박은 점점 느려지고 호흡도 얕아지고 있었다. 알피에리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이동 중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교황은 생전에 "집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말해왔기에 결국 고통 없이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교황은 삶의 끝자락에서 연명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피에리는 "교황은 2021년 복부 수술 때부터 '삽관이나 지나친 치료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번 입원 때도 어떤 상황에서도 삽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라레푸블리카는 교황이 이미 수년 전부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고 풀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 GettyimagesKorea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치료받고 지난달 퇴원한 교황은 최소 두 달 동안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했다. 퇴원 3주 만인 지난 16일, 교황은 자신을 돌본 로마 제멜리 병원 의료진 70명을 바티칸으로 초대했다. 알피에리는 이를 만류했으나, 교황은 조용히 "고맙습니다"라고만 했다.
알피에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교황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교황은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하기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종 이틀 전인 지난 19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교황을 알현했을 때 건강 상태가 꽤 괜찮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7일 로마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에서 성목요일 미사를 집전한 것을 기뻐했지만,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알피에리는 소개했다.
알피에리는 제멜리 종합병원의 복부 종양 외과과장으로서 2021년과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부 수술을 집도했다. 올해 초 폐렴으로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의료팀장을 맡아 치료를 이끌었다.
알피에리는 또한 교황이 식단 조절을 잘 지키지 못하고 밤에 간식을 찾아 부엌을 드나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2021년 수술 후 식단 조절을 권했지만, 군것질을 좋아하는 교황은 밤마다 몰래 산타 마르타의 집 부엌에서 간식을 드셨다"고 말했다.